[화제] 벼랑끝 군납농가 “군급식 조달체계 정상화 이행하라” 촉구
입력 : 2022-10-05 00:00
수정 : 2022-10-04 13:35

[화제] 강원 화천비대위, 군부대 쓰레기 반입 거부 시위

생존권 위협·줄도산 위기 호소

가을 무·배추 수의계약서 제외

올해 군납 매출 40% 감소 전망

“절충안 거부땐 상경집회 강행” 

 

20221004132515351.jpg
강원 화천군납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농가들이 화천군 시가지 일대를 돌며 국방부의 ‘군급식 개선 종합대책’에 반대하는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역농산물은 안 먹으면서 왜 쓰레기만 버리느냐! 군납농가 외면하는 군부대 쓰레기는 국방부로 가져가라!”

강원 화천지역 300여농가로 구성된 화천군납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상호·이하 비대위) 소속 회원들이 최근 지역의 하남면 쓰레기 매립장 진입로를 농사용 트럭 등을 동원해 막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여러 정치인들이 수차례 군급식 조달체계 정상화를 공약해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여전히 국방부 입장에 변화가 없자 본격 실력행사에 나선 것.

김상호 위원장(63)은 “올해 ‘군급식 개선 종합대책’이 시행돼 결국 군납 농축산물 공급 규모가 이전보다 30% 넘게 감소했다”며 “군납농가들의 생존권을 철저히 짓밟으면서 지역에 쓰레기만 버리는 행태를 받아들일 수 없어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군부대에서 발생한 쓰레기 반입을 막는 차량시위에 나섰다”고 성토했다.

다행히 지역 주둔 부대인 육군 7사단 측이 비대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쓰레기 반출을 일시 중단하면서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비대위는 화천 시내 곳곳에 ‘접경지역 농민 살리는 국방정책으로 개선하라’ ‘낙후된 화천경제, 국방부가 더 죽인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밤낮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군급식 조달체계 정상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군납농가들은 지난 수십년간 군사지역으로 묶인 곳에 살면서 각종 규제와 군부대 소음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감수하며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면서도 군부대에 성실히 농산물을 납품해왔는데 지난해 7월 국방부가 군납 농축산물을 2025년부터 전량 경쟁체계로 조달하기로 한 ‘군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자 그야말로 줄도산 위기에 놓이게 됐다.

화천농협은 지난해 화천지역 내 군납사업 매출액이 100억원 규모로 집계된 데 비해 올해는 6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방부 방침에 따라 가을 무·배추에 대한 수의계약이 제외된 게 손실액을 크게 키웠다는 평가다. 현재 군부대 측은 무·배추를 다른 지역에서 구입한 뒤 김치공장을 통해 생산된 완제품 김치를 납품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 참여한 김명규 화천농협 조합장은 “농가들이 기존 무·배추 판로를 한꺼번에 잃고 대체작물로 손실을 만회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며 “국방부 발표 후 지역농가들이 1년 이상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구제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대위는 지난달 3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을 찾아 군급식 조달체계 정상화 촉구집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한달간 유보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은 최근 농협중앙회가 앞으로 3년간 군납 수의계약 물량을 기존 대비 70%로 계속 유지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갖고 국방부와 조율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농협과 국방부간의 협의를 지켜본 뒤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28일 상경집회를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국방부에서 70% 수의계약을 3년간 유지하더라도 배추와 무는 반드시 수의계약 물량에 포함시켜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화천=김윤호 기자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