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영천지구 반격전’에서 활약했던 박태홍 일병의 시신이 68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국방부가 2000년 ‘6·25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추진한 이래 신원이 확인된 130번째 전사자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16일 경기 양주에서 박 일병의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유가족에게 전사자에 대한 신원확인 경과와 유해발굴 당시의 함께 발굴된 유품, 국방부장관 위로패 등을 전달하는 행사이다.
1930년 전북 부안군에서 태어난 박 일병은 한국전쟁 발발 전에는 부모를 도와 농사를 짓고 있었으며 슬하에 3살 아들을 두고 있었다. 아내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전쟁이 일어나자 1950년 7월, 21살의 나이로 입대했다. 박 일병은 국군 7사단 8연대 소속으로 영천전투 기간 중 영천지구 반격전에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은 1950년 9월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했다. 이 중 영천전투는 낙동강 방어선의 사수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전투였지만, 방어선이 돌파돼 영천지역이 피탈됐다. 국군은 박 일병이 소속된 7사단을 비롯한 추가 병력을 투입했고 3일 간의 반격전 끝에 영천 지역을 탈환했다. 영천지구 반격전은 낙동강 전선에서 북한군의 돌파구 확대를 저지하고 최초로 북한군을 패퇴시킨 전투로, 향후 인천상륙 작전 등 반격작전을 펼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천전투에서 국군 80여명이 전사했고 박 일병도 이때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 일병의 유해는 2009년 4월 경북 포항 죽장면 무명 504고지에서 전투화 등 유품과 함께 발굴됐다. 그러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유품이나 일치하는 유가족 유전자(DNA)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이후 박 일병의 큰아들인 영식씨(71)가 2017년 10월 의정부 보건소에서 유가족 DNA 시료채취에 참여하면서, 박 일병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큰아들 박영식씨는 “나 역시 30년 가까이 군복을 입고 부사관으로 군복무를 했다”라며 “어린 시절 아버지가 원망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더없이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유해는 찾았지만 아직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전사자분들이 1만여명 정도 된다”며 “이 분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가족 DNA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