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碑木)
칠성은

비목(碑木)

이주석(82.02강원) 1 6,200 2011.06.15 16:39
6.25 전몰장병이 현충원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피를 뿌린 곳곳에 미처 수습할 수 없이 그대로 묻힌 영혼들이 어느 곳에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다.

6.25 때 전투가 치열했던 설악산 일대의 경우, 휴전 후 그곳을 보병 7사단에서 관할하고 있었다.
7사단의 8연대에서 대청봉 일대에 진지 구축작업을 할 때 현장을 시찰한 사단장은 대대장으로부터 뜻밖으로 별도의 보고를 들었다.

“제가 전쟁 때 이곳에서 소대장으로 있었습니다. 적과 교전하다가 부하 병사 한 사람이 참호 안에서 죽어 있는 것을 수습하지 못한 채 후퇴했습니다. 시신을 비옷으로 덮어놓고 돌로 참호를 채운 뒤 표시를 해두고 물러났는데 이번에 진지 작업을 하러 와서 유골을 찾았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단장은 다른 보고는 필요없다는 듯 즉각 현장으로 가서 유골을 확인했다. 그런 다음 해발 1천7백미터 고지 정상을 두루 살피더니 한곳을 지휘봉으로 가리켰다.

“여기에 매장해.”

곧 구덩이를 파고 유골을 고이 싸서 옮겨 묻었다. 나무를 깎아 비목(碑木)을 세운 다음, 막걸리를 붓고 위령제를 지냈다.

“그대의 護國 忠魂은 祖國과 더불어 永遠不滅하리니, 이제 편히 쉬시게.”

이때가 1958년. 병사의 비목을 세운 7사단장이 박정희 소장이다. 그는 6.25전쟁을 거쳐 1955년 양구 5사단을 맡아 처음 사단장직에 오른 후 인제 7사단장으로 옮겨다니면서 일선부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비장하고 힘찬 가곡 ‘비목’이 등장한 것은 1967년의 일이다. 전방 소대장으로 복무했던 방송국 프로듀서 한명희가 6.25 격전지였던 강원도 화천의 백암산 기슭에서 무명용사의 무덤과 주변에 나뒹굴던 녹슨 철모와 비목 등을 회상하며 노랫말을 짓고 작곡가 장일남이 곡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랫말의 발상지인 강원도 화천군에서는 해마다 ‘비목 문화제’를 개최하여 지난날 덧없이 스러져간 젊음을 추모하고, 호국의 충혼을 기리고 있다.

 

Comments

이주석(82.02강원) 2011.09.13 16:50
슬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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