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의 나라 사랑하는 방법
칠성은

이 분의 나라 사랑하는 방법

민경철(88.11충북) 3 11,230 2010.11.14 03:03
 
한 예비군 동대장의 나라사랑법
연인들은 ‘날 얼마나 사랑해요?’라는 질문에 ‘하늘만큼, 우주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이라고 답하리라. 그런데 누군가 ‘그대는 조국을 얼마나 사랑하나요’라고 물어 온다면, 우린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호국보훈의 달 6월, 어느 작은 동네 동대장의 나라 사랑법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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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한 등굣길에서 교통봉사하는 권문혁 동대장.

하루의 시작을 학교 길에서
올해 나이 49세의 권문혁씨. 그는 학생들이 등교하는 오전 8시 10분이면 어김없이 인천시 계양구 계산4동 계산중학교 앞 등굣길에 서 있다. 자전거로, 도보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안전을 돕는 교통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학교 길을 지킨 지도 올해로 5년째로 접어든다. 교통봉사는 이제 권씨의 하루의 출발이자, 삶에 일부가 됐다.

그가 아침 등교시간 길에 나선 것은 그의 직업과 관련이 깊다. 그는 현재 인천시 계양구 계산4동 예비군 동대장으로 일한다. 평상시에는 동 단위 예비군을 교육하는 일을 하지만, 재난이나 사고 등 비상시엔 대민지원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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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군 복무 경험은 안전과 질서가 필요한 등굣길에서 유감없이 나타난다.

군 소속 103보병예단 국방부 소속 군무원이기도 한 그는 평생을 군 계통에서 일했다. 1981년 육군3사관학교18기 임관, 7사단 중대장, 3사관학교 교관, 그리고 1995년 말 전역했다. 2004년 제1회 육군 예비군 미담사례공모에서 육군참모총장 표창을 받고 2006년 국방부장관 모범예비군 지휘관에 선발되는 등 복무 기간에 많은 상을 받았다.

모범적인 군 생활은 전역 후 자원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봉사모임 한울회를 조직해 참전어르신초청잔치, 복지시설 후원 및 지역관내 독거노인 12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 집수리. 연료지원, 여행 등의 지원에 참여해오고 있다.

특히 그가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의 기억은 2001년 한글날, 지원하던 독거 노인이 연고자 없이 돌아가셨을 때다. 그는 봉사 모임 회원들과 함께 장례를 치렀다. 지금도 그는 매년 한글날이면 인천가족공원에 있는 노인의 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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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지각을 피하려 무단횡단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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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밀집 도시에는 학교들이 모여 있어 통학길은 혼잡하기 마련이다.

앗, 위험한 학교길, 질서가 필요해 !
군 복무와 봉사 경험으로 권 동대장은 안전의식과 봉사의식이 몸에 배었다. 그런 그는 출근길에 등굣길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권 동대장이 교통봉사를 자처한 이유다.

“이곳 아침 등교시간이면 좁은 길로 수 백 대의 자전거와 학생들로 뒤엉킵니다. 여기에 늦은 학생들은 뛰고, 또 반대편 방향 학교로 가는 학생들과 서로 밀치고, 막상 대형 사고는 안 났지만, 크고 작은 충돌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죠."

그가 교통봉사를 서는 곳은 초·중·고 세 개의 학교가 밀집해 있다. 이제 갓 유아티를 벗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속도를 즐기며 자전거로 통학하는 중학생, 시간에 좇겨 무단횡단을 하는 여고생들까지, 좁은 길은 아침마다 서로 먼저 가려는 학생들로 복잡하기 짝이 없다.

그는 누군가 등굣길 흐름을 잡아줬으면 했다. 하지만 교통경찰이 일일이 등굣길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건널목은 교통 어머니봉사대가 지켜주지만, 정작 문제는 사람과 자전거가 뒤엉킨 통학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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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지휘에 잘 따라줄 때 권 동대장은 보람을 느낀다.

아저씨, 어제 어디 가셨어요
권 동대장은 평소 예비군관련 업무로 바쁘지만,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아침시간이면 어김없이 등굣길에 선다. 학생들의 등교가 끝나는 시간까지는 불과 30분 안팎. 그래서 이 피크타임에 맞춰 그의 교통봉사도 절정을 이룬다.
“날씨 변화가 있을 때는 더욱 긴장하게 돼요. 빗방울이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학부모들은 자가용으로 아이들을 태우고 좁은 통학길로 들어오기 때문에 혼잡한 등굣길이 더욱 막히죠. 또 승용차 사이로 아이들과 자전거가 서로 가려고 할 때면 정말 아슬아슬해요.”

그가 하는 일은 차량과 자전거, 그리고 보행자의 통행을 절도 있게 조절해 물 흐르듯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처음엔 사복차림으로 시작했지만, 마츰만큼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 생각 끝에 계급장이 반짝이는 군복을 입었다. 여기에 붉은 수신호 차량 봉도 들었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군인아저씨의 손동작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등굣길 발걸음이 권 동대장의 멈춤과 전진 신호에 따라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등굣길에 질서가 찾아왔다.

어쩌다 예비군 교육 때문에 등굣길 봉사에 나오지 못하면, 다음날 “어제 아저씨 어디 가셨어요?”라고 아이들로부터의 인사 받기가 바쁘다. ‘와, 아이들이 나를 기억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권 동대장의 얼굴엔 웃음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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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돈된 대로변처럼 학생들이 다니는 골목 이면도로에도 안전시설이 들어섰으면 하는 것이 권 동대장의 바람이다.

안전 통학 위해 ‘충성’
그는 교통봉사를 하다 보니, 학교길 불길한 사고 예방을 막기 위해선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적어도 보행길과 자전거도로를 구분해 놓으면 일차 위험을 막을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학교와 동주민자치센터를 찾았다.

권 동대장은 “특히 계산중학교 앞은 약 15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오는 골목길”이라며 “자전거를 탄 300~400명의 학생과 걸어서 등교하는 나머지 학생들을 위한 안전조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그는 학교와 주민센터를 다니며 설득해 가장 혼잡하고 위험한 중학교 진입로 쪽에 부분적이나마 안전펜스를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는 통학길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시나 자치구에서 자전거 전용도로 예산이 부족하다면, 적어도 아침 시간에 주차차량이 거의 없는 상가 앞 도로를  가변형 통학전용도로로 사용하면 아이들이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게 학교에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내놓은 대안에서 그 동안 느꼈던 답답한 심정이 묻어난다. 이어 그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질서와 안전교육을 강조하며 교육하고 있지만, 실제 학생들이 다니는 도로는 자전거도로가 구분돼 있지 않고, 길조차 좁아 질서를 지키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게 때문에 개인적으로나마 차량과 자전거, 그리고 보행자의 통행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학교길 교통안전봉사를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위험 예고를 안고 있는 학교 길 사정이 단지 이 동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군복에 의지해 교통정리라도 해서 우선 안전을 찾겠다는 노력, 이것이 소중한 아이들을 지켜내는 권문혁 동대장만의 나라 사랑법이다.

정책기자단 김정미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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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09.06.11

 

Comments

장석완(96.11부산) 2010.11.16 01:52
역시 7사단에 몸을 담으셨든 분은 최고 입니다..단결!!!
이주석(82.02강원) 2010.11.16 09:28
장 후배님 잘지내죠..
김중환(86.03인천) 2010.11.29 11:41
어라 인천 부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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