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좋아 병사로 군 복무를 마치고도 다시 군문에 들어선 특별한 군종장교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지난 1일부터 최전방 육군7사단 군종장교로 근무하는 조경대(32·대위·법명 조경원·사진) 원불교 교무다.
조 대위는 지난달 24일 12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임관했다. 그것도 훈련과 직무교육 성적이 가장 우수한 1등으로 국방부장관상을 받았다.
조 대위는 우리 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특별한 사연을 많이 갖고 있다. 지난 1일 부대 신고를 하고 근무를 시작한 7사단은 바로 2000년 11월부터 2003년 1월까지 자신이 병사로 근무했던 ‘고향 부대’다.
그 당시 포병대대 포수였던 조 대위는 군단 포반장 경연대회에서 사단 대표로 나가 쟁쟁한 전우들을 모두 제치고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부대 표창을 하도 많이 받아 전역까지 휴가증을 다 못 쓸 정도로 ‘완전 군 체질’이었다.
생활관에서 동고동락하는 선임병이 허리가 안 좋은 부모님 농사일 때문에 고민을 하자 그 귀한 4박5일 휴가를 함께 내 선임병 집안 농사일을 돕는 착한 전우였다. 아무도 모르게 한 이 선행이 알려져 부대 표창은 물론 사단 정신교육 모범사례로 활용되기도 했다.
조 대위가 다시 장교로 군문을 들어서게 된 이유는 군인 집안인 외가 영향도 한몫했다. 이성규(3사 5기) 큰외삼촌은 소령으로 군 생활을 했으며, 이일규(육사 28기) 작은외삼촌은 소령 전역 후 경기 지방중소기업청장·한국디자인진흥원장을 지냈다. 이경규(3사 19기) 막내 외삼촌도 지난해 육군대령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 하지만 무엇보다 조 대위가 다시 직업 군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어릴 적부터 키워온 군종장교에 대한 큰 꿈이었다. 원광대 원불교학과와 대학원까지 나온 조 대위는 1997년 전북 원광고를 다니던 3학년 육군사관학교에 떨어진 남모를 아픔이 있다.
육사 1차 합격 후 2차 면접에서 최종 면접관인 한 장군이 육사 진학 이유에 대해 묻자 조 대위는 어릴 적부터 키워 온 군인에 대한 꿈과 함께 원불교 교당을 지어 장병들에게 원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한다는 ‘당돌한’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면접관은 육사는 장교를 양성하는 곳이지 성직자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는 답과 함께 군종장교 제도가 있으니 그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는 조언을 해줬다. 그때 처음 군종장교에 대해 알게 된 조 대위는 결국 어려서부터 꿈꿨던 사관생도의 꿈을 접고 원불교로 출가했다. 그토록 갈구했던 군종장교의 꿈을 15년 만에 이뤘다.
조 대위는 “‘군종장교는 장군보다 높고 이등병보다 낮다’고 말씀하신 홍은해 육군 군종실장님의 가르침을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다”면서 “중동부 전선을 맡고 있는 최강 7사단 정예 구성원으로서 우리 장병들과 함께 호흡하고 고민하며 전투력 극대화에 기여하는 형·친구 같은 군종장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53사단에서 근무하는 문정석(37·교무) 대위에 이어 4년 만에 원불교 군종장교 2호가 됐다. 원불교는 2006년 군종장교 편입 승인 이후 사단급 이상 32개 부대에서 장병 정서 순화와 정신전력 강화를 통한 군 전투력 극대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2001년 육군5사단 수색대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군부대 책보내기 운동을 통해 85만 권을 기증했다. 군 부대 300여 병영도서관을 신설하는 데도 적잖이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