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길' 알면서 참전… 꼭 기억해줘야
칠성소식

"죽음의 길' 알면서 참전… 꼭 기억해줘야

정유광(03.10경기) 2 10,816 2010.03.23 14:01







인터뷰-이영돌 육종전우회장 / 2010.03.02




 올해는 6·25전쟁이 일어난 지 꼭 60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1950년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육군종합학교 출신 소위들은 전쟁터로 나갔다. 누가 불러서가 아니라 전선의 초급 간부인 소대장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그 한마디만 듣고 자진해 전선에 나섰다. 죽음의 길인 줄 알면서도 그들은 ‘하루살이 소모성 소위’라는 별칭까지 들으면서,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졌다. 60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아직도 참전용사라는 자부심과 애국이라는 두 단어를 가슴속에 꼬옥 품고 있었다. 이영돌(80·16기·사진) 육군종합학교 전우회장을 1일 오후 만나 최근 활동상과 6·25전쟁에 대해 들어봤다. 경남 김해 출신인 이 회장은 예비역 육군 준장으로 전쟁이 한창이던 50년 10월 6년제 부산공업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육군종합학교에 자진 입교했다. 소대장으로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전쟁터를 누볐다.

 -육군종합학교 전우회는 어떤 모임인가?

 “6·25전쟁 당시인 50년 8월 15일부터 그 이듬해 8월까지 소대장 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육군종합학교 출신 전우들로 이뤄져 있다. 1기부터 32기까지 배출됐다. 기수별로 200~300명씩 모두 7288명이 소위로 임관했다. 긴박했던 그 당시 짧게는 8주에서 길게는 18주까지 훈련을 받고 전장에 바로 투입됐다. 전우회는 1971년 3월 창립했다. 현재는 1537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미국 워싱턴과 뉴욕, 로스앤젤레스에도 해외 지회가 있다. 국내에는 부산·광주·대구에 지회가 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우선 확고한 국가안보태세에 기여하기 위한 크고 작은 활동을 한다. 육군종합학교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 회원들의 건강 관리와 친목, 복지 증진에도 크게 신경을 쓴다. 국가 주요 행사나 기념식에도 대거 참석한다. 한석산과 용문산 전적비를 찾아 먼저 간 전우들을 추모한다.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김교수(32기) 대위 추모제를 해마다 철원 백마산에서 김 대위가 전사한 7월 14일 지내고 있다. 육·해·공군 전방부대를 찾아 일선 장병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높여주고 있다.”

 -최근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활동이 있다면?

 “국방안보 관련 세미나·강연을 더욱 활발히 참여할 계획이다. 오는 4월부터는 회원들의 친목과 사기 진작을 위해 서울 역사문화 탐방과 등산활동도 적극 펼칠 생각이다. 현재 회원들의 평균 나이가 82살이다. 워낙 노병들이라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행방을 알지 못하고 있는 2818명 전우들도 찾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추진하는 일은 바로 자라나는 학생들과 젊은이들에 대한 안보강연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우리는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쟁에 직접 참전한 노병으로서 우리 자손들에게 6·25전쟁의 실상과 교훈을 제대로 가르쳐 주고 싶다. 일선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국가 정체성과 안보관을 확립할 수 있는 안보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




 -올해는 6·25전쟁 60주년이 되는 해다. 그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지금 사실상 우리 국민 대부분이 6·25전쟁을 자꾸 잊어 버린다. 나는 그 당시 7사단 소총소대장으로 시작해 중대장 때까지 참전했다. 우리 전우들의 참혹한 전쟁의 실상은 95년 7월 1800여 쪽에 이르는 육군종합학교 실록으로 펴냈다. 세상 물정도 모르던 20살 나이에 소대장으로 참전해 불과 9주 교육을 받고 전쟁터로 나갔다. 칠흑 같은 밤 적에게 포위돼 강을 넘다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정도로 시체를 넘고 또 넘었다. 그 치열했던 인제 현리전투에서는 얼마나 긴박했던지 소대원들이 다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다. 그때 전쟁이 얼마나 비참하고 잔인하며 무서운지를 알았다. 깜깜한 밤 소대원들을 지휘할 틈조차 없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우리 국민들이 국가관·안보관을 철저히 해야 한다.”

 -우리 군의 원로이자 대선배로서 일선 장병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전후 세대인 우리 젊은이들이 전쟁의 참혹함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훈련 때 땀 한 방울이 실제 전투에서 피 한방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땀 흘린 만큼 전시에 승리가 온다. 평상시 전쟁에 대비해 철저한 훈련과 교육으로 단련돼 있어야 한다.”

 -참전 노병으로서 우리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일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정식 교과서에 6·25전쟁에 대한 실상을 꼭 실었으면 한다. 정부에서도 참전용사와 노병들에게 참전 유공을 명확히 따져 그에 합당한 예우와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전용사와 노병, 예비역들에 대한 예우를 잘 해줘야 국가 정체성이 확립되고 유지된다. 그래야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우리 젊은이들이 유사시 용감하게 총칼을 들고 싸운다. 참전수당과 훈장, 그 당시 공로를 정부가 잘 가려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긴박했던 전쟁 당시 우리는 조국만 있었지 봉급이나 훈장, 그 유공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삶이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라도 정부에서 잘 가려서 참전예우를 정확히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육종 출신을 국민들이 너무나 모른다. 우리는 소대장· 중대장으로 전쟁터에 나가 1300여 명이 전사하고 2256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선에 나가 일주일도 못 가고 그 자리에서 전사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현충원에 가면 임관 날짜와 전사한 날짜가 별로 차이가 없다. 부대 배치 신고를 하고 소대를 찾아가다 죽은 소위들도 수두룩하다. 우리 국민들이 육종 출신들이 있었다는 사실만이라도 역사 속에서 꼭 기억해 줬으면 한다.” 

글·사진=김종원 기자   jwkim@dema.mil.kr

Comments

민경철(88.11충북) 2010.03.23 14:05
귀하신 분을 찾아 내셨군요. 육군종합학교는 전에 윤성민장군(전 국방장관)으로 대표되는 장교 양성과정이었습니다.
손은석(97.05서울) 2010.03.23 14:19
80세 넘으셨는데도 정정하시네요. 긍정과 열정이 있으셔서 그런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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