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부대 월동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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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부대 월동준비

칠성 0 9,286 2007.09.1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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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부대 월동준비
"여기는 겨울 문턱 중부전선… 추위와 전투준비 끝"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 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중략)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

난방유 확보·보일러 점검·제설장비 정비
폐전투복 포신 덮개 등 월동 아이디어 기발


지난 18일 항공작전사령부 대형 군수송 헬기가 중부전선을 지키는 육군 칠성부대 최전방 GOP초소에 월동용 난방유 공수작전을 펼치고 있다. 화천/윤수용
 군대를 갔다 온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가끔 추억을 회상하며 '노스텔지어'에 빠진다. 대한민국 휴전선 최전방 GOP(General Out Post)에서 초병으로 젊은 날을 보낸 이들의 무용담은 실로 대단하다. 최전방 전선에서 만들어진 얘깃거리의 대부분은 '육지속 섬'의 지리한 외로움과 상상을 초월하는 추위다.
 이 때문에 최전방 전선에서 첫 겨울을 맞는 후임병들의 설래임과 각오는 남다르다.
 단풍이 곱게 물든 중부전선 최전방 고지엔 가을과 겨울이 공존한다. 한여름 뙤약볕의 기억을 떠올릴 새도 없이 최전방의 가을은 이미 겨울을 향해 치닫고 있다. 동이 터 철책선 너머 북녘땅이 윤곽을 드러낼 때면 서늘한 냉기와 냉랭한 바람이 수은주를 뚝 떨군다.
 유난히 긴 겨울나기 준비가 한창인 육군 칠성부대 최전방 GOP초소를 찾았다.
 단풍이 붉게 타 올라 가는 중부전선 최전방 고지엔 가을과 겨울이 공존한다.
 한 여름 뙤약볕 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전방의 겨울은 가을을 훌쩍 앞질러 간다.
 동이 터 철책선 너머 북녘땅이 윤곽을 드러낼 때면 찰랑찰랑 군화에 채이는 찬 아침 이슬과 싸늘한 바람이 수은주를 뚝 떨군다.
 중부전선 휴전선을 맡고 있는 육군 칠성부대 GOP대대. 이상고온 현상으로 낮 기온이 영상 25도 안팎을 넘나드는 후방과 달리 GOP초소에선 성큼 다가 온 겨울 채비로 분주했다.
 북녘에서 아침 저녁 냉기가 밀려오는 지난 18일 월동채비에 나섰다.
 창고 깊숙히 넣어 뒀던 방한두건, 고어텍스 소재의 스키파카, 방한내피(일명 깔깔이), 안면마스크, 장갑 등 방한 피복들이 내무반에 쏟아졌다.
 첫 겨울을 맞는 일·이등병들이 신기한 듯 피복과 두건을 이것저것 입고 끼고 써보며 선임병들이 한참 엄포를 놓은 겨울추위를 상상해 본다. 이곳 새내기 장병들은 대부분 남쪽 출신이라 침상 위에 막 꺼내 놓은 방한장비가 무척 생소한 눈치다.
 김태희 일병(울산)은 "입대해서 처음 겨울을 맞아 내심 걱정이 됐다"며 "방한복을 입어 보니까 자신감이 생긴다"며 손으로 이마의 땀을 연신 훔쳤다. 김일병이 사용하는 현대식 2층 침대와 목욕탕·이발관을 갖춘 군막사는 한 겨울에도 영상 2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솔 막사와 싸리비, 건빵, 뽀그리, 봉지라면....
 온수통 끌어 안고 불침번을 서다 너무 추워 양말 신은 채 속옷에 내의, 전투복 2벌, 체육복, 깔깔이에 야상까지 입고 방한모로 머릴 감싼 채 모포 2장 덮고 반합을 베고 잤다며 며 가끔 견학 온 선배 예비역들이 으쓱해서 들려주는 그 옛날 군생활과는 차이가 크다.
 그러나 '추위' 만큼은 시대를 초월해 금새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곳 GOP초소의 추위는 살을 베어낼 듯 매섭다.
 그래서 초병들의 겨울채비는 여름 끝자락부터 시작된다. 화천 백암산 인근 해발 1100여m에 위치한 GOP초소는 동장군이 첫발을 내딛는 곳이다. 한 겨울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져 난방유 확보와 보일러 점검이 최우선이다.
 육장수 병장(보일러병)도 "지난 겨울은 너무 추워 고생했다"며 보일러 점검에 나선 후임병에게 기술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GOP초소는 지형이 험악해 겨울철 차량 접근이 어렵다. 그래서 올해도 항공작전사령부 수송용 시누크 헬기(CH-47) 2대가 1900여 드럼의 난방용 기름을 공수했다.
 이날 GOP 초병들은 헬기가 막 떨구고 간 드럼통을 유류창고로 굴려 옮기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겨울철 낙상을 막기 위해 초소 철제 사다리에 로프를 걸고, 계단엔 새끼줄을 빽빽한 간격으로 칭칭 감아 놨다. 순찰로와 교통호, 벙커 투입로 주변엔 삽과 빗자루, 모래주머니 등 제설장비도 제 자리를 찾아갔다.
 초소는 살을 파고 드는 칼바람을 막기 위해 방풍막도 사방 둘러 쳤다.
 올 겨울 폭설에 대비해 보급로와 교통호를 꼬불꼬불 잇는 계단의 각(角)도 잡고, 시계 확보를 위해 시작한 벌목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폐전투복으로 직접 제작한 포신(砲身) 보온용 덮개 등 장병들의 월동 아이디어도 기발하다.
 저녁 때가 되자 장병들은 이 정도면 겨울내내 맹위를 떨칠 동장군을 녹여 낼 수 있다는 눈빛을 주고 받았다.
 해가 지자 GOP초소에 음산한 기운이 다시 감돌았다.
 이제 GOP초병들의 휴전선 너머 적과 외로움, 그리고 한파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박세천 이병(경남 거제)은 "살벌하다는 겨울이 조금씩 몸으로 느껴진다"며 "강추위와 싸워 이겨 어엿한 군인으로 태어나겠다"며 이를 깨물었다.
 겨울을 무사히 넘긴 후임병들은 내년 이맘 때면 신참들에게 자신들만의 겨울나기 노하우를 전수할 것이다. 조국의 부름에 최전방 GOP초소에서 자신들과 싸우고 있는 육군 칠성부대 GOP대대 장병들. 올 겨울도 용광로처럼 끓는 피로 추위를 이겨내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155마일 휴전선을 지켜낼 것이다.
화천 칠성부대 GOP대대/윤수용 ysy@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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