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의 명예를 되찾다
정경채 옹과 최종열 동대장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한 참전유공자에 대한 보훈의식이 낮아지고 있는 요즘, 현직 예비군 중대장이 6·25전쟁에 참전했으나 참전유공자로 등록되지 않은 채 50여년 간 살아 온 노병에게 참전유공자 증서와 함께 참전용사의 ‘명예’를 되찾아 준 일이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36사단 독수리연대 최종열(5급·49세) 태장2동대장은 지난 6월 호국보훈의 달기념행사간 6·25전쟁에 참전했으나 참전용사로 등록되지 않은 채 50여년을 살아 온 정경채 옹(원주시 태장동·72세)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다. 이에 최종열 동대장은 2개월간 병무청과 강원보훈지청을 수차례 출입하며 잘못 기록된 병적기록을 수정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일흔이 넘은 노병에게 참전용사 유공자증서와 월 7만원의 명예수당을 안겨 줄 수 있었다.
정경채 옹은 1951년 2월, 17세의 나이에 김화지구 전투에 참전하였으나, 그 해 11월 부상을 입어 후송을 가게 됐고, 끝내 자대에 복귀하지 못했다. 끝까지 전장에 남지 못하고 귀가한 것이 마음에 걸려 그동안 참전유공자 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정 옹은 휴전 후 1957년부터 약 3년간 최전방 육군7사단에서 다시 군 복무를 했고 현재 군번이 2개다.
정 옹이 참전유공자로 등록되기까지는 이웃에 사는 조남호(77세), 오선석(74세) 옹의 인우보증도 큰 도움이 됐다. 정 옹의 사연을 듣고 최종열 동대장이 ‘정경채’라는 이름으로 병무청에 병적증명서를 요청했을 때는 병적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전쟁 통에 정 옹의 이름이 ‘정경평’으로 잘못 기록되어 있었던 것. 이에 최 동대장은 인우보증을 세워 병적기록 변경신청을 하고, 변경된 병적증명서를 강원보훈지청에 접수하여 마침내 8월 9일, 2개월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정경채 옹은 참전용사 유공자 증서와 월 7만원의 참전유공자 명예수당을 받게 되었다.
최종열 동대장은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참전용사들의 투철한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평화로운 국가건설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정경채 옹이 참전용사로서의 명예를 되찾게 되어 기쁘고, 현재 빈 박스를 주워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적으나마 명예 수당을 받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며 정 옹의 건강을 기원했다.
참전 후 55년 만에 참전유공자증서를 수여받은 정경채 옹. 그는 “열일곱의 나이에 전쟁이 나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전쟁터에 나갔는데, 전투에서 공을 세운 게 없어 유공자증서를 받게 되니 부끄럽다”며 참전용사의 예우에 정성을 쏟은 최종열 동대장에게 감사했다.
도깨비뉴스 독자= 꿈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