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칠성부대 GOP 방문 소감문
칠성소식

육군 칠성부대 GOP 방문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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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8일-9일, 육군 칠성부대 GOP 방문 소감문

박애자(데레사) - 가톨릭군종후원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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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실 듯 구름이 내려앉은 아침거리를 하룻밤 나들이에 부푼 우리 군종후원회 40명을 태운 버스가 기도소리와 함께 신나게 달렸다. '종교계지도자 전방부대 방문' 이란 커다란 프랑카드를 달고.

시원히 뚫린 팔당대교를 지나 굽이굽이 아름다운 강가를 돌아 갈 때면 즐거운 비명과 함께 찬미의 노래가 어루러졌다. 서울을 떠난 지 두어시간 쯤 부지런히 도착한 화천읍은 몇 년전이나 별반 변함이 없이 조촐한 그 모습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도시의 모습을 생각하며 가슴이 저릿하였다. 어느 검문소인가 부터 헌병 짚차가 우리들 앞에서 인도하고 있었다.
"오늘은 참으로 선택받은 날이로구나!"
시간 맞춰 도착한 칠성부대 본청 앞에는 사단장님을 비롯해 많은 장교님들이 줄지어 우리를 정중히 맞이해 주셨다. 우린 모두 가톨릭군종후원회의 품위를 지키며, 인도된 기밀실에서 사단장님의 말씀과 칠성부대의 역사와 현황을 필름을 통해 보고 또 들었다.
친자식과는 한 달에 한 번도 제대로 대화할 시간을 갖지 못하면서도 많은 부대 장병들에게는 아버지가 되어 자식처럼 대화하고 포용해 주신다는 고초를 들으며 사단장님의 머리에 흰서리가 내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칠성부대야 말로 중부전선의 최전방고지라는 사실을 새삼 알았으며, 최첨단장비와 최강의 병력으로 철통같이 나라를 지키고 있음을 우선 필름을 통해 보고 감사와 격려의 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후방에서의 우리는 안일한 일상에서 군인들의 피땀나는 노고를 얼마나 잊고 살고 있는가, 미안한 맘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우리들이 가지고 간 정성어린 선물을 부대에 전달하고는 우리답게 질서 있고 재빠르게 군 짚차에 나뉘어 갈아타고 헌병차의 인도를 받으며 아무나 갈 수 없는 길 - 민통선 너머 - 칠성전망대로 향했다.

6월의 눈부신 녹음이 넘고 또 넘는 고지마다 무르익었다. 이름모를 산 기슭 여기 저기엔 하얀 찔레꽃이 어찌나 만발했는지. 도심에선 차마 뽐내지도 못하는 서러운 찔레꽃이 이 후미진 산속에서 길손을 반기듯 제다웁게 아름답기도 하다. 아마 꽃보다 예쁜 아가씨 모습들을 볼 수 없는 우리 장병들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베푸신 선물인가 싶었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또 얼마나 장병들이 우리를 반겨주는지, 9시, 11시‥ 시계방향을 가리키며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 대대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바라보는 북녘땅 그 산야는, 우리가 늘 보는 그 봉우리 그 땅과 다를 바 없건만 어찌 저리 긴 철조망이 늘어져 있어야 하는가. 오른 쪽 멀리 00산에는 마치 긴 철길이 산고개를 넘어 가듯이 보이나 그것 역시 남북을 가로막는 철조망이라 했다.
대대장님의 GOP와 GP에 대한 설명을 듣고나니 우린 절로 모성애가 발동하였다. 모두가 사랑하는 우리 아들, 손주들인데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무슨 말로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어루만지는 손길에 가슴이 뜨거웠다.
병사들이 나눠주는 철아닌 얼룩무늬 야전잠바를 각각 입고 철조망 경계선을 따라 바야흐로 경계근무체험을 시작하였다. 45도 경사의 가파른 나무계단을 루프를 잡고 조심조심 줄지어 내려갈 땐 저절로 옛노래가 흥얼흥얼 흘러나왔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지만 야전잠바 속에 흘러내리는 땀을 어찌할 수 없이 허덕허덕 고지를 오르고 내리며 바라보는 그 푸르른 산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회도 잠시, 저 겹겹이 둘러쳐진 이 경계선을 칠흑같은 비가 내려도, 칼바람이 불어도 하루도 어김 없이 오르고 내려야 하는 우리 병사들!
눈이 오면 또 어쩌랴… 힘빠진 다리에 철조망을 잡고 하늘을 우러러 본다.
"하느님, 저 젊은이들을 온전히 지켜주소서."

1시간을 넘게 입고 걸어온 커다란 얼룩무늬 옷 속에 흘러내리는 땀을 다 젖은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간신히 다다른 산 등성이에선 마치 개선용사를 맞이하듯 장병들이 줄지어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운동장 한켠에선 [경계근무 체험완수]란 팻말을 높이 들고서―
사랑과 기쁨으로 바라본 우리 장병들이 어찌나 늠늠하고 씩씩해 보이는지, 우린 다함께 어울려 평생에 다시 얻지 못할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단지 서로서로 손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소리 높여 불러보고 싶었는데 참아야만 했다.

인정없는 시간은 빠르게도 지나쳐 더 위로해 줄 틈도 없이 아쉬운 마음만 남긴채 다시 짚차를 타고 시원한 산 바람에 젖은 옷을 말리며, 이산 저산 우거진 산내음에 새 기운을 얻고 저물어가는 막사를 찾아들었다. 우리를 위해 애써 마련해준 저녁밥(짬빱이라고 함)을 맛있게 먹고 뒤늦은 설거지거리만 잔뜩 남겨둔 채 칠성회관으로 향했다. 비록 북두칠성은 보지 못했지만 꼭 일곱별이 부대와 온 화천땅을 지키는 듯 편안한 밤을 보냈다.
새아침 신선한 공기로 몸과 마음을 단장하고 칠성성당에서 고별미사를 드렸다. 우리는 하나같이 기도했다.
"부디 이 조국에 평화를 주소서!
이 나라를 지키는 저 젊은이들을 강건하게 지켜주시고, 어려운 군사목에 수고하는 우리 군종사제들에게 크신 축복 주소서" 하고 간절히―
돌아오는 차 속에서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이 나라 국방에 일조를 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하자고...

나는 생각했다. 철따라 변하는 장엄한 이 자연 속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자신을 생각하고, 미래를 다지며 강인한 자연의 섭리를 순간 순간 배운다면 얼마나 좋은 기회일까. 인생에 가장 큰 승리자는 자신을 이기는 자라고 하지 않던가.
씩씩한 행렬을 바라보며 밝은 미래를 보는 듯 맘껏 손을 흔들었다. 새삼 자식들을 키우는 우리 어머니의 역할과 의식이 얼마나 막중한지 외치고 싶다.

돌아오는 길섶에 무리지어 하늘거리는 들꽃들을 바라보며 "보시니 참 좋았다" 하신 말씀을 수녀님이 연발하였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초대해 주시고 좋은 체험을 하게 해주신 사단장님과 바쁜 일과 중에 우리를 위해 애써주신 장병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신의 가호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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