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잊혀진 영웅들 ❶-김오철] “오직 조국 위해 싸우겠다는 생각 뿐”
칠성소식

[한국전쟁 잊혀진 영웅들 ❶-김오철] “오직 조국 위해 싸우겠다는 생각 뿐”

1950년 22세 나이에 군입대
강원도 양구백석산 전투 참여
오른팔과 다리에 총상 입기도
“전우들 희생정신 기억해주 길"

한국전쟁 김오철 참전용사
한국전쟁 김오철 참전용사
올해로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을 맞았다. 이미 포성은 사라졌지만 수많은 참전용사들이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안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본보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들을 만나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과 애환을 듣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다.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 728번지.

허름한 골목사이 불편한 팔다리를 이끌고 지팡이에 의지한 채 본보 기자를 맞이한 노인이 있다. 올해 94세의 6.25 참전용사 김오철(사진) 어르신이다. 어르신을 따라 들어간 10평 남짓한 집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듯 마냥 초라하기만 했다.

“당시 전쟁 상황이 어땠는지는 전장에 나간 사람만 알지요. 강원도 양구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다 죽은 동료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전장에서 팔과 다리를 잃어가면서도 끝까지 싸운 용사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김 할어버지의 첫 마디이다. 

6.25전쟁 당시 7사단 3연대에 속해 인민군과 싸우던 청년 김오철씨는 이제 왜소한 체구의 노병이 됐다. 6.25 71주년을 3주가량 앞두고 한 손엔 서류봉투를, 다른 한 손엔 지팡이를 움켜쥔 채 나타난 김씨의 모습에서 아직 그에게 남아 있는 사명의 무게가 전해졌다.

김씨가 귀중한 물건을 다루듯 건넨 봉투에는 직접 겪은 6.25 전쟁 수기, 복무기록, 참전용사증 등이 그가 살아 온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1950년 10월 1일, 22세 나이에 조선국방경비대 3연대 3대대에 입대한 그는 4일 뒤 소위로 임관해 6.25에 참전하게 됐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1950~1951년. 전술적 요충지였던 강원도 양구에서 그는 연일 치열한 전투를 펼쳐야만 했다. 1953년 7월 27일 전쟁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순간까지 전우들과 전장을 지킨 그는 오른쪽 팔과 다리에 총상을 입기도 했다.

강원도 양구지역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아픔의 흔적들이 양구지역 곳곳에 남아있을 정도로  6·25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있었던 현장으로 알려졌다. 

1951년 판문점에서는 휴전회담이 진행되던 순간에도 이 지역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국토 회복과 유리한 회담을 조성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김씨는 "밤낮 구분 없이 참혹한 전투가 벌어졌어요. 국군 제7사단 3연대와 5연대, 8연대를 비롯해 제16포병대대, 제8사단, 미 제96야전포병대대는 연일 북한과 중공군에 맞서 싸웠야 했습니다."

그는 전투를 겪으면서 같은 대대에 속해있던 전우들을 많이 잃었지만 아직까지 소속 부대를 기리는 비가 건립되지 않아 안타까워했다. 이에 수차례 뜻을 전달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훈장에 욕심은 없지만 전쟁 당시 태극기를 잠깐 들고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훈장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서 내 명예를 비롯해 전장에서 피흘리며 쓰러져간 동료들의 명예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병의 마지막 소원을 군 당국이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훈장과 보상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참전용사)희생정신과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후대에 오래도록 기억되고 역사로 기록되는 것이 진정한 보상이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딸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서는 노병의 뒷모습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느낄 수 있었다. 
/전광훈 기자

출처 : 전민일보(http://www.jeonmin.co.kr) 

Comments

번호 포토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02 육군 이규호 중사, 신속한 조치로 50대 여성 생명 구해 댓글+3 칠성 2021.09.22 1562
801 추석 앞두고 북한강 뛰어든 여성, 육군 부사관 달려가 구해 칠성 2021.09.22 1523
800 한미, 6·25전쟁 '백석산 전투' 일대서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 칠성 2021.09.07 1581
799 6·25 영천전투 9일간의 현장 발자취 댓글+3 민경철8811충북 2021.09.04 1619
798 부평구, 한국전쟁 참전유공자 화랑무공 훈장 전달 칠성 2021.08.24 1381
797 강원 화천서 육군 25인승 버스 전봇대 들이받아 장병 8명 중경상 댓글+1 칠성 2021.08.18 1644
796 구순 앞둔 6.25 국가유공자 곽훈섭씨 칠성 2021.08.18 1526
795 1유해2분묘 유족 1군단 배상심의회에 배상 신청 칠성 2021.08.04 1486
794 봉오리에서 화천읍 거쳐 풍산리까지 26㎞ 종주…소대장 근무 당시 군 생활 회고하며 미사도 참석 댓글+12 칠성 2021.07.20 2386
793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자 칠성 2021.07.20 1713
792 "짐 보관에 제2 인생 던졌다" 김정호 더함에스피 대표 칠성 2021.07.20 1793
791 참전용사 1유해2분묘 문제 관련 7사단 해결 나선다 칠성 2021.07.13 1554
790 문경시, 故김용배 장군의 고귀한 희생정신 기리다! 댓글+1 칠성 2021.07.07 1659
789 '백신 접종후 전투휴무' 국방부 지침, 일부 부대서 불이행 칠성 2021.07.07 2117
788 사관학교 생도는 6.25전쟁 때 무엇을 했을까? 손은석9705서울 2021.07.01 1850
787 '미군 전투화' 신은 채 숨진 무명 용사... 아직 13만명이 못 돌아왔다 댓글+2 칠성 2021.06.29 1873
786 강원 강릉고 학생회, 정경화 소령, 김성수 열사 추모행사 열어 칠성 2021.06.29 2008
785 최영근 6·25참전유공자회 상주시 지회장 "전우들 희생·애국정신 후세에 전해야죠" 칠성 2021.06.29 1645
784 7사단 창설 72주년 기념식 댓글+6 칠성 2021.06.23 1637
783 백군기 용인시장, 6·25 전쟁영웅 고 이명수 유족에 '국가유공자 명패' 칠성 2021.06.23 1911
782 [한국전쟁 잊혀진 영웅들 ③ 이두영] "한국전쟁은 민족 모두에게 피해만 줬을 뿐" 칠성 2021.06.23 1619
781 사단 창설72주년 기념행사 안내 댓글+7 최장옥9710서울 2021.06.18 1693
780 호국, 환경보호자를 존경합니다 칠성 2021.06.15 1589
779 DMZ Story5편, [화천 칠성전망대] 가봤나? 화천 최북단 DMZ 칠성전망대 댓글+10 칠성 2021.06.14 2120
열람중 [한국전쟁 잊혀진 영웅들 ❶-김오철] “오직 조국 위해 싸우겠다는 생각 뿐” 칠성 2021.06.09 1602
777 [ㅁㅈㄱ]너희 부대엔 이런 거 없지?! 새해 칠성부대 GOP를 가보다! 댓글+1 칠성 2021.06.07 1989
776 코로나19 확산으로 화천 7사단 신병입소식 취소 댓글+2 손은석9705서울 2021.06.02 1885
775 [오늘의 주요 사회 일정] 강원(5월25일 화요일) 칠성 2021.05.26 1550
774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빅데이터로 6.25 무공훈장 대상자 찾아 훈장 수여 댓글+5 칠성 2021.05.18 1781
773 71년 만에 부르는 ‘형님’…6.25 전사자 유해, 제주 가족 품에 칠성 2021.05.18 1876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123 명
  • 오늘 방문자 685 명
  • 어제 방문자 929 명
  • 최대 방문자 6,359 명
  • 전체 방문자 1,954,972 명
  • 전체 게시물 36,732 개
  • 전체 댓글수 58,510 개
  • 전체 회원수 2,999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광고 / ad
    Previous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