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선두입성 김기열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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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선두입성 김기열선배님

민경철8811충북 3 2,285 2020.10.20 01:13

“끔찍한 그날의 기억 그래도 버틴 건 전우들 있었기 때문”

기사입력 2020. 07. 07   16:35 입력 2020. 07. 07   16: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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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영웅을 찾아서] 화랑무공훈장 김기열 하사 


육군7사단 전쟁영웅 3인

학도병 출신… 전쟁 발발 한 달 후 입대
10월 평양 입성… 평안북도 깊숙이 진격하기도
“죽음보다 추위·굶주림 더 두려웠다”
힘 되어준 전쟁영웅 김한준 대위, 평생 함께해

김기열 옹이 70년 전 자신이 겪은 6·25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기열 옹이 70년 전 자신이 겪은 6·25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0년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국방저널(국방일보)은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와 공동으로 매달 6·25 전쟁영웅을 찾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서 싸운 이들의 애국심과 투혼을 기리고자 한다. 7월 호의 주인공은 국군7사단에서 6·25전쟁의 주요 전투에 모두 참가해 훈장을 3개나 타고 전역 후에도 18년간 모부대를 찾아 후배들에게 선배 전우의 투혼을 알리고 있는 김기열 하사(당시 계급)다. 글=정호영 기자/사진=양동욱 기자

3년 1개월 2일간에 걸친 6·25전쟁은 민족의 대비극으로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그리고 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은 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이 되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생채기를 남겼다. 특히 전쟁에 참전한 노병들은 지금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본지가 매월 인터뷰를 통해 만나고 있는 참전 노병 또한 크고 작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6·25전쟁의 상처를 딛고 적극적으로 군과 사회에 전쟁이 주는 교훈을 알리며 오랫동안 미래지향적인 행보를 묵묵히 해온 참전 노병도 있다. 휴전으로 모두에게 불안한 평화와 상처를 안겨준 6·25전쟁에서 진정한 승자인 것이다.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전라북도지부(지부장 오영수)에서 추천한 김기열 옹이 그 주인공이다.

김기열 옹은 오늘날 중동부 전선을 지키고 있는 육군7사단의 장병들로부터 자랑스러운 선배 6·25 전쟁영웅 3인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육군7사단의 전쟁영웅 3인은 김한준 대위, 최득수 이등상사, 그리고 김기열 하사다. 이 중 김한준 대위(2012년 별세)와 최득수 이등상사(2월 호 주인공. 3월 11일 별세)는 대한민국의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전쟁영웅이다.

6·25전쟁 중 위관급 이하로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국군은 모두 12명인데, 이들 중 2명이 바로 7사단 출신인 것이다. 반면 김기열 옹은 6·25전쟁에서 3개의 화랑무공훈장을 받았지만 다른 2명의 태극무공훈장 수훈자와는 훈격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열 옹이 7사단 장병들에게 자랑스러운 선배 전쟁영웅으로 손꼽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 만 90세(1930년생)인 김기열 옹은 지역사회(전북 전주)에서 오랫동안 안보 관련 일을 해온 역전의 노병이다. 30년 가까이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와 6·25 참전전우회 등의 활동을 했다. 그에게 6·25전쟁은 젊은 시절 한때 겪고 지나간 시련이 아니라 평생의 업이었다. 그가 겪은 6·25전쟁이 궁금했다. 전라북도 무공수훈자회 지부에서 만난 김옹은 70년 전 발발한 6·25 전쟁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했다.

“6·25전쟁은 단순히 과거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까지도 종전되지 않은 미완의 현실이자 앞으로도 계속되는 불안한 미래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6·25전쟁을 잊어서는 우리의 미래도 없습니다. 제가 국군 장병과 국민에게 꼭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전북 김제가 고향인 김기열 옹은 학도병 출신이다. 당시 전북의 명문인 이리농림학교에 재학 중 전쟁이 발발하자 학도병으로 징집돼 7사단 8연대 소속 국군이 됐다. 전쟁이 터진 지 꼭 한 달 후인 7월 25일 입대했다.

이때부터 김기열 옹은 낙동강·포항전투를 비롯해 대구팔공산전투, 서울수복전투, 평양탈환전투 등 주요 전투를 치렀다. 특히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후에는 대구에서 평양까지 하루에 100리(약 40㎞) 이상을 걸으며 북진했다. 그는 이 시기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걷다 보니 쏟아지는 잠을 참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반면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도 이때 맞았다. 당시 7사단 8연대 1중대 수색대원이었던 김기열 옹은 10월 18일 밤 9시쯤 평양에 입성해 평양의 중앙교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국군 최초로 적의 심장부인 평양에 입성한 주인공이 된 것이다.

오늘날 ‘평양에 최초로 입성한 국군부대는?’에 대해선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1사단 15연대와 7사단 8연대가 서로 평양에 최선두로 입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단의 자존심이 걸린 이 문제는 오랫동안 팽팽히 맞서왔다. 1사단의 주장은 당시 1사단장이었던 백선엽 장군의 회고록(『군과 나』)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7사단은 당시 사단장(신상철 장군)과 참전 노병의 증언에 따르고 있다. 김기열 옹은 이때 평양에 최초로 입성한 참전군인 당사자로서 오늘날까지 생존한 유일한 증인이다.

김기열 옹의 6·25전쟁 흔적을 담은 군대생활 사진.

김기열 옹의 6·25전쟁 흔적을 담은 군대생활 사진.



육군7사단이 6·25전쟁 3인의 전쟁영웅 중 한 명으로 김기열 옹을 손꼽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7사단은 매년 창설기념식 때 자랑스러운 선배 참전용사를 초청하고 있는데, 김기열 옹은 18년째 빠짐없이 초대되는 살아있는 전설적 전쟁영웅이다.

“제가 전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배고픔이었습니다. 며칠을 아무것도 못 먹고 싸울 때는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삶 자체가 고통스러웠습니다. 그것이 바로 전쟁입니다.”

김기열 옹은 평양 입성 후 개천·덕천·희천 등 평안북도 깊숙이 진격하다가 중공군을 만났다. 이때부터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포위돼 후퇴했고, 영하 30도를 웃도는 혹독한 추위와 일주일 가까운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주위에서 수많은 주검을 목격했는데, 싸우다 죽은 시신보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은 시신이 더 많았다며 치를 떨었다.

이후 김기열 옹은 휴전 때까지 7사단의 주요 전투에서 맹활약하다 1954년 7월 1일 하사로 만기 제대했다. 만 3년간의 전쟁 기간은 그에게 평생 삶의 굳건한 디딤돌이 됐다. 사선에서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겼기에 사회에서 부닥친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았고, 비교적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기자는 그에게 3년간의 전장에서 평생 잊지 못하는 전우가 있는지 물었다. 종전 6·25전쟁에 대한 소회나 교훈 등과 같은 질문은 너무 무거운 주제인 것 같아 일부러 바꿨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김기열 옹은 무공수훈자회 사무실 한쪽 벽에 걸려있는 액자를 가리키며 대답을 대신했다.

액자 속의 인물은 어딘지 낯이 익었다. 국가보훈처가 2019년 2월 이달의 전쟁영웅으로 선정한 김한준 육군대위였다. 6·25전쟁의 마지막 전투인 425고지전투의 주역이자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7사단의 전설적인 전쟁영웅이었다. 김기열 옹의 이어진 말은 기자를 놀라게 했다. 김한준 대위는 김기열 옹의 소대장이었고 훗날 중대장이 되어 휴전 직전까지 함께 싸운 상관이자 전우였다. 김한준 대위는 김기열 옹의 소대 선임이었다가 1950년 11월에 현지임관으로 소대장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몇 번의 죽을 고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에게 용기를 북돋워 준 전우이자 상관이 바로 김한준 대위였습니다. 누군가 평생을 함께할 친구가 있다면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런 친구 같은 전우이자 상관과 저는 전장에서 3년을 같이 지냈습니다. 6·25전쟁이 끔찍한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이 있었던 것은 곁에 생사를 같이한 전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제가 해마다 모부대인 7사단을 방문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기열(오른쪽 첫째) 옹이 지역 내 참전비 앞에서 무공수훈자회 관계자들과 당시 치열했던 전투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기열(오른쪽 첫째) 옹이 지역 내 참전비 앞에서 무공수훈자회 관계자들과 당시 치열했던 전투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기열 옹은 1954년 하사로 제대 후 공무원이 됐고, 사업가로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김한준 대위 또한 2년 후인 1956년 전역했다. 동향(전북)인 둘은 다시 만났고, 김한준 대위가 2012년 별세할 때까지 평생을 함께했다. 전라북도 무공수훈자회도 둘이서 교대로 중책을 맡아 지역사회 안보 지킴이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생사를 같이했던 전우야 정말 그립구나 그리워. 총알이 빗발치던 전쟁터 정말 용감했던 전우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정의의 사나이가 마지막 남긴 그 한마디가 가슴을 찌릅니다. 이 몸은 죽어서도 조국을 지키겠노라고∼.”

김기열 옹은 해마다 6월이면 ‘전우가 남긴 한마디’라는 노래를 종종 읊조리곤 한다. 하지만 끝까지 부른 적은 없다. 지난날 전선에서 싸우다 죽은 전우들이 떠올라 목이 메어 끝까지 부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6·25전쟁에 대한 소회를 묻는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그 역시 전쟁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슬픈 노병이었다.



정호영 기자 < fighter7@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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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강태웅8605전남 2020.10.20 09:54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단결
강태웅8605전남 2020.10.20 09:57
전우회의 존재와 활동이 너무 아쉽기만합니다.
민경철8811충북 2020.10.20 10:21
지난간 시간의 것들은 정리하는 게 좋을듯 싶습니다. 돌이켜 본들 그 자리일 뿐입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운 가치를 세우기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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