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나의 전우
칠성소식

아버지는 나의 전우

민경철8811충북 2 3,497 2020.01.14 15:25

아버지는 나의 전우

기사입력 2020. 01. 07   15:01 입력 2020. 01. 07   15:04 수정

페이스북 바로가기 트위터 바로가기 카카오톡 바로가기 btn_blog.png
btn_plus_c.png btn_minus_c.png btn_download.png
이송흠 이병 육군7사단 신병교육대대

이송흠 이병 육군7사단 신병교육대대


2005년 10월 21일, 어머니와 함께 목욕탕을 가던 길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그 전화를 받으신 어머니께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오른쪽 무릎까지 다리가 없어진 아버지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 건 고작 7살 때의 일이었다. 어렸던 나는 병상에 누워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무서워 울음을 터뜨리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괜찮다며 웃는 모습으로 나를 다독여 주셨다.

아버지께서는 7사단 예하 ○연대 수색중대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하며 GP 철책 불모지 작전을 수행하던 중 지뢰폭발사고로 오른쪽 다리 절반을 잃으셨다. 아버지는 중대원들에게 “내가 밟고 가는 곳으로 따라오라”고 하셨고, 지뢰폭발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중대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현장지휘를 하셨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 7사단 신병교육대대로 입영하게 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아버지께서 오른쪽 다리 절반을 잃으셨던 곳으로 입영하게 된다고 하니 왠지 모를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7사단에서 아버지가 평생 걸어오신 길을 이해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입대 후 신병교육훈련에 집중하고 있자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구급법을 배울 때는 아버지와 같은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내가 내 전우들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됐고 지혈법, 운반법, 응급처치 방법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최선을 다해 체득했다.

난생처음 사격장에 들어섰을 때는 생각보다 훨씬 큰 총성에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이렇게 작은 탄 한 발이 일으키는 소리도 매섭고 날카로운데, 지뢰가 폭발해 당신의 다리가 절단된 상황에서도 어떻게 부하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현장지휘를 하셨는지 존경스러웠다.

20㎏ 군장을 메고 가파른 산을 오르며 처음 해내는 훈련들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내 곁에 계셨고, GP 철책 불모지 작전을 지휘하시던 그때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6주 동안 아버지는 나의 원동력이 되어주셨고, 앞으로의 군 생활에서도 큰 힘이 되어주실 것 같다.

아버지께서 평생 전투복을 입고 꿋꿋하게 걸어오신 이 길을 18개월 동안 함께하게 됨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아들로서, 자랑스러운 육군 용사로서 어떠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군인정신으로 생활하며 아버지께 힘이 되어주는 전우가 되리라 나는 다짐한다. 나는 7사단에서 아버지의 전우가 되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mments

손은석9705서울 2020.01.14 16:25
아아.
민경철8811충북 2020.01.14 21:03
이태일소령님의 아들입니다. 최종일사단장님께서 우시면서 사연을 읽으셨는데 그 사연의 주인공인...
번호 포토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3 살아있는 분단 교실…그래서 더 가슴 아린 우리 땅 칠성관리자 2007.06.15 10235
52 한국전쟁 전사자 추정 포천서 유해 11구 발굴 칠성관리자 2007.06.15 8399
51 우리부대의 역사관 칠성부대 댓글+1 칠성관리자 2007.06.05 8402
50 칠성부대 위문공연 댓글+2 칠성관리자 2007.05.30 9809
49 국민의 수호천사, 술취해 추락한 주민 구해내 (7사단) 칠성관리자 2007.05.23 6996
48 주민 목숨 구한 장병들 칠성관리자 2007.05.01 6867
47 [실록2]박정희 춘천 8연대시절 좌익기록(1948년) 칠성관리자 2007.05.01 15109
46 7사단 철책경계 칠성관리자 2007.05.01 8028
45 현성스님, 7사단 연승사 수계법회 법문 칠성관리자 2007.05.01 7681
44 경남 하동지역 6·25 참전 학도병 유해 발굴 착수 칠성관리자 2007.05.01 7507
43 2004.6.8~9. 종교계지도자 전방부대 방문 (육군 칠성부대) 칠성관리자 2007.03.27 11256
42 군인의 길을 함께 걷는 육군 3부자 칠성관리자 2007.03.27 6987
41 칠성부대 위문공연 칠성관리자 2007.03.06 68532
40 화천 설 연휴 온정 물결 칠성관리자 2007.02.20 7412
39 서울서 6.25전사자 유해 첫 발굴 작업 댓글+1 칠성관리자 2007.02.13 7507
38 ‘종교계 지도자 전방부대 방문’ 현장 칠성관리자 2007.02.13 9406
37 접경지부대 전역 군장병도 소망 칠성관리자 2007.02.13 7511
36 강원도 화천 '추위 마케팅' 대박 칠성관리자 2007.01.30 8503
35 민통선 야생동물 먹이주기 칠성관리자 2007.01.23 6598
34 산천어축제 우리가 빠질 수 없죠 칠성관리자 2007.01.23 6717
33 화천 전몰장병 발굴 추진 칠성관리자 2007.01.07 6902
32 [정해년 맞는 최전방 GOP의 하루] 칠성관리자 2007.01.06 10212
31 접경지 청소년 병영체험 '눈길' 칠성관리자 2006.12.11 6231
30 경축 - 합참의장 댓글+7 칠성관리자 2006.11.15 64174
29 육군7사단 독수리연대 ‘주파리 체육 공원’ 개장 댓글+9 칠성관리자 2006.10.11 67510
28 건군 58주년 대통령 부대표창-육군7사단 칠성관리자 2006.10.11 58667
27 신병교육대 여군소대장 윤보영 중위 댓글+5 칠성관리자 2006.10.11 73080
26 최전방 지역…긴장 속 경계 칠성관리자 2006.10.11 6817
25 전쟁터서 보낸 편지 55년만에 햇빛 칠성관리자 2006.10.05 7619
24 대대전술훈련을 마치고 칠성관리자 2006.10.05 6654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156 명
  • 오늘 방문자 963 명
  • 어제 방문자 1,465 명
  • 최대 방문자 6,359 명
  • 전체 방문자 1,977,634 명
  • 전체 게시물 36,904 개
  • 전체 댓글수 58,676 개
  • 전체 회원수 3,011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광고 / ad
    Previous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