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적개심 강조 ‘안보관광’에서 ‘생태관광’으로

대북 적개심 강조 ‘안보관광’에서 ‘생태관광’으로

전방 강원 화천 칠성전망대 가보니
남북관계 변화에도 안보관광 콘텐츠 옛모습 그대로

군사력 강조에서 ‘인간 안보’로 안보 개념 확장
대안 검토 생태관광은 생평·평화·주민 열쇳말

펀치볼 둘레길·두타연 반짝 관심 기대 못 미쳐
DMZ 생태·평화적 이용 관심 ‘생태 관광’에 주목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한겨레교육, 녹색연합은 지난 9월 20대를 대상으로 ‘DMZ 평화적 이용’ 교육프로그램을 꾸렸다.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 논의에 청년층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이 한겨레평화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DMZ 평화적 이용과 관련해, 사람(군인)·생태관광·정전체제(유엔사) 3가지 주제로 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일요일인 지난 9월22일 강원 화천 상서면 산양리는 고요했다. 편의점 하나, 짜장면 집 하나, 피아노 학원 하나…. 2차선 도로 양 옆으로 1층 높이의 건물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트럭 몇 대가 지나다닐 뿐 마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군인 몇 명이 피시(PC)방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강원도나 경기도 전방 근처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칠성전망대에 가기 위해선 칠성전망대안내소에 들러 출입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칠성전망대에 가기 위해선 칠성전망대안내소에 들러 출입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칠성전망대 출입을 관리하는 안내사무소가 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는 인천 백령도부터 강원 고성까지 15개가 있다. 전망대가 세워진 지역은 대부분 전쟁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중부전선에 위치한 주요 전망대 가운데 하나인 철성전망대에서는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북한으로 흘러갔다가 평화의 댐으로 이어지는 금성천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지역은 육군 7사단(상승칠성부대)가 주둔해 있어, 칠성전망대란 이름이 붙었다.
칠성전망대를 알리는 표지판이 전망대로 향하는 길 중턱에 세워져 있다.
칠성전망대를 알리는 표지판이 전망대로 향하는 길 중턱에 세워져 있다.
칠성전망대는 칠성전망대안내소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다. 안내소에서 출입신고를 하고 화천군 관계자가 동행해야 전망대 방문이 가능하다.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산길’이다. 구불구불한 포장도로 양옆으로는 나무가 즐비했다. ‘지뢰’라 적힌 빨간색 표지판이 없었다면 60여년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수풀 사이 야생화가 이곳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비무장지대 근처에는 지뢰 경고판이 곳곳에 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비무장지대 근처에는 지뢰 경고판이 곳곳에 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일요일(9월22일) 오전부터 전망대를 찾은 이는 많지 않았다. 장병 면회온 사람을 빼면 방문객은 손산옥(80)씨와 손씨의 일행 세 명뿐이었다. 손씨는 친지를 보러 화천에 들렀다 전망대를 찾았다.“허무하지. 코앞에 보이는 데도 전쟁 이후로 못 간다는 게….” 남쪽과 북쪽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을 가리키며 손씨가 말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방송실에 대기하던 군인이 안내 영상을 틀었다. 칠성전망대는 오전 10시, 11시, 오후 2시, 3시 총 하루 4차례 방문객을 받고 있다.
칠성전망대 전경. 화천군청 누리집
칠성전망대 전경. 화천군청 누리집
칠성전망대 전경. 화천군청 누리집
칠성전망대 전경. 화천군청 누리집
전망대는 국내 대표적인 안보관광지다. 안보관광은 전쟁과 분단의 참혹함과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관광을 말한다.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전쟁의 참상이 남아있는 DMZ 부근 건물이나 분단의 상흔도 안보관광 대상이다. 한국전쟁 전 북쪽 땅이던 철원의 노동당사나 철원의 제2땅굴 등이 대표적이다. 철원군은 이를 이용해 안보 관광 투어를 운영하기도 한다.시대는 바뀌었지만 안보전망대 등 안보관광 콘텐츠가 ‘과거’에 머물러있다. 2018년 남북관계는 해빙기를 맞았다. 2019년 현재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부침을 거듭하고 있지만 한반도 분위기는 과거와 다르다. 하지만 안보관광은 여전히 북한을 ‘적’으로 상정하고 적대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이날 화천 칠성전망대가 방문객에게 트는 영상은 육군 7사단 ‘홍보’영상에 가까웠다. 전망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산등성이를 짚으며 한국전쟁 당시 7사단이 어떤 공로를 세웠는지 설명하는 식이다. 전망대 입구에는 425고지 전적비가 있다. 425고지전투는 국군 7사단과 중공군 135사단이 1953년 7월20일부터 정전협정 체결 당일 7월27일까지 벌인 한국전쟁의 마지막 전투이자 국군의 한국전쟁 마지막 승전이다. 이 전투 결과에 따라 휴전선이 38선에서 35km 북상했다고 한다.칠성전망대를 둘러봤지만, 최근 정부가 강조해온 DMZ 생태적, 평화적 이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안보관광 콘텐츠가 이런 표면적인 이유는 ‘안보관광 체계의 미비’다. 전망대 관리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나 관할지역 군부대가 맡고 있다. 칠성전망대에서는 생태·환경·안보 등 DMZ 전반에 대한 지식이 많은 전문인력이 아니라 의무 복무를 하는 병사들이 안내했다. 지자체와 군부대 중심의 안보관광 체계를 남북관계 전문가 등 시민의 협력 체계로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시민들의 참여 그 자체로 안보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시민들이 안보관광지에서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고민할 수 있으려면 안보 개념의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사회에서 안보는 ‘적’을 상정하고 물리력을 축적하는 것으로 여긴다. 이와 달리 ‘인간 안보’는 군사력 위주의 전통적인 국가 안보 개념에서 벗어나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중시하는 안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유엔개발계획의 1994년 인간 개발 보고서에서 처음 제시되었으며 ‘공포로부터의 자유'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초점으로 삼고 있다.DMZ 지역을 평화롭게 이용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특히 제주 올레길이 인기를 끌자 정부는 DMZ 부근에도 걷는 길을 마련했다. 강원 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과 두타연이 대표적 사례다. 펀치볼 둘레길은 산림청에서 조성한 숲길로, 2011년 10월 개통했다. 민통선 북방지역에 위치한 화채그릇(punch bowl) 모양의 해안분지 내에 조성된 둘레길이다. 두타연은 2004년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펀치볼 전경. 산림청 누리집
펀치볼 전경. 산림청 누리집
펀치볼 둘레길은 민통선 북쪽 최초의 숲길로 개통 당시 큰 관심을 받았지만 기대만큼 관광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자료를 보면, 펀치볼 둘레길의 경우 2014년 방문자수는 9023명, 2016년에는 2만400명으로 늘어나다, 2017년에는 6952명으로 감소했고, 작년에는 1만4174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두타연은 2014년 방문자수는 1만6759명, 2015년에는 1만8735명, 2016년에는 11만4208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2017년 3만6284명으로 급감한 뒤 2018년에 7만9924명까지 증가했지만 전처럼 방문자수 10만명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DMZ 펀치볼 둘레길과 두타연 관광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로는 열악한 대중교통, 부족한 숙박시설, 다양한 프로그램 부재, 지역 사회와의 연계 미흡 등이 꼽힌다. 펀치볼 둘레길 홈페이지 후기 게시판에는 예약, 후기와는 관련 없는 광고 글로 가득하다.DMZ 평화적 이용 모델 대안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생태관광이다. 접경 지역을 평화적으로 이용·개발하면서도 환경까지 보전하는 방안으로 꼽히는 생태관광.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생태관광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자연과 문화자원을 즐기고 감상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훼손되지 않은 자연 지역을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방식으로 여행 또는 탐방하는 동시에, 보전을 위해 부정적 이용 영향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지역 주민에게 경제적-사회적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관광.”생태관광의 핵심 3요소로 △생태계와 지역 문화 보전 △책임 여행 △공정 여행을 꼽을 수 있다. 자연 친화적인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만으론 진정한 생태관광을 실현하기 부족하다는 의미다.책임 여행이란 관광객이 해당 지역 문화와 환경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를 함께 지키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관광 경로 준수에서부터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이나 숙소 대신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숙소를 이용하려는 노력까지 책임 여행의 범주에 들어간다. 공정 여행이란 관광 산업에서 창출되는 이익이 지역 주민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이다. 외부 자본이 지역 관광 산업에 침투해 관광 사업에서 창출되는 이익을 독식하고 원주민을 소외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국내 생태관광의 모범사례로 2010년 7월 운영을 시작한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이 꼽히고 있다. 숲길 사업을 추진하는 데만 꼬박 3년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울진군은 생태조사와 물리적 관광 인프라 마련은 물론, 지역 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사업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도 매진했다. 펀치볼 둘레길은 조성 계획 수립에서 개통하기까지 1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금강소나무숲길은 5월에서 11월까지 하루 최대 130명으로 탐방객 수를 제한해 교육받은 숲 해설사 동행 하에만 탐사를 가능하게 해 환경 파괴를 최소화했다. 관광객들은 탐방하는 동안 7천원짜리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게 된다. 이 도시락은 지역 주민이 마련한 찬으로 꾸려지는데, 도시락 판매 수입은 지역 주민의 몫이다. 관광객을 안내하는 숲 해설사 역시 대부분 마을 주민이 맡고 있으며 숙박도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과 연계하고 있다.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DMZ 평화적 이용 관련 사업이 DMZ 인근에 조성된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녹색연합은 올해 4월과 8월 정부의 DMZ 사업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평화둘레길 사업은 길 조성만 놓고 보더라도 최소 1년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도 정부는 기본 구상이나 계획도 없이 3개월 만에 DMZ에 탐방로를 조성해 사람들을 들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DMZ 내부를 민간인이 걸을 수 있는평화둘레길은 철원·파주·고성에 조성됐다.이런 지적에도 정부가 DMZ 평화적 이용 정책에서 생태 가치 보전과 안전 문제 해결을 우선하는 모습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을 내놨다. 이 구상은 DMZ를 평화적으로 활용하는 데 요구되는 원칙에 기반한 구상이라기보단 대외에 DMZ를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기 연천군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 전시된 독일 베를린 장벽의 일부. 한 독일 회사가 기증했다.
경기 연천군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 전시된 독일 베를린 장벽의 일부. 한 독일 회사가 기증했다.
1989년 11월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다. 이듬해 급작스러운 독일 통일로 냉전의 흔적이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세계사적 가치를 담은 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베를린 장벽을 제거한 것을 독일 역사학자들이 안타깝게 여긴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 한반도의 DMZ 철책선과 군사분계선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동서 냉전의 흔적이 됐다. 이는 철책선과 군사분계선 표지판을 DMZ의 생태와 함께 보전할 가치가 있음을 시사한다.DMZ 지대는 사람의 발길이 끊긴 60여 년간 천이를 거듭하며 지구 최대 규모의 원시온대림을 이뤘다. 국립생태원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현장 조사한 결과 DMZ 내엔 야생생물이 총 5929종 서식하고 있고 그 중 멸종 위기 생물 종은 101종에 이른다. 남한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한 이 지역이 북반구 온대지방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거듭난 셈이다.관건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동서냉전의 흔적이자 지구 최대의 온대열대림인 DMZ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유지하느냐다. 보전과 개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도록 이념과 정치경제적 이익을 넘어 이 지역 자체의 가치에 집중하고 고민할 때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심아란·유예림·이설화 교육생 nur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921481.html#csidxd269f48c8cac34fa0cf5157856f0314 onebyone.gif?action_id=d269f48c8cac34fa0cf5157856f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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