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로호 언덕에 아무도 찾지 않는 빛바랜 비석'
칠성소식

'파로호 언덕에 아무도 찾지 않는 빛바랜 비석'

6월 보훈의 달을 맞아 강원도 양구읍 공수리 주막거리 파로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에 서있는 빛바랜 비석하나, 사람들은 이 쓸쓸한 비석을 아직도 포연속에 잠든 어느 무명용사의 순직비로 알고 있다. 

이 곳의 영혼들은 아직도 못다한 말 때문에 그 자리를 멤돌며 한많은 파로호를 내려다보고 있다.

9일 양구군과 참전용사에 따르면 아무도 찾지않는 빛바랜 나즈막한 비석은 지난 1951년 7월10일  515고지는 밀고 밀리는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던 이때 "강원도 화천군 파로호 수력발전소를 끝까지 사수하라"라는 명령이 하달됐지만 북한군의 대대적인 침공에 7사단 5연대 1대대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밀리고 있었다. 

이날 오병철 대위와 하종원, 박영호, 변태영 중사를 비롯 30명의 병사들은 파로호를 도하하다 장렬히 전사하자 부대는 수중제를 지내며 고혼의 넋을 달래며 목비하나를 세워 놓았다.



지금도 사람들은 이 쓸쓸한 목비를 포연속에 잠든 어느 무명용사의 순직비로 알고 있었다.

이 비는 당시를 목격 한 7사단 병사의 집념으로 세상에 알려지며 지난 63년 5월 2사단장 이규삼 준장은 나즈막한 화강암 석비를 세워 원혼을 달래고 있다.

서대수씨 (90·경기 동두천시)는 "당시 7사단 5연대 1대대 연락병으로 오대위 등 30여명의 병사들이 북한군과 맞서다 수세에 밀리자 다급한 나머지 목각선 하나에 몸을 맡기며, 도하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파로호  호수 중간지점을 지날때 목조선 조각배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침몰 전우들이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며 당시를 회상하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서씨는 52년 8월 부상을 입고 제대 후 파로호 잡초속에 묻힌 옛 전쟁터를 찾는다.

그는 매년 6월 보훈의 달을 맞아 빚 바랜 화강암 비석을 찾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우들의 넋을 달래주고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한많은 비석은 오늘도 파로호를 내려다 보고 있다.

[신아일보] 양구/김진구 기자 

rlawlsrn57@hanmail.net

출처 : 신아일보(http://www.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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