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서 보낸 편지 55년만에 햇빛
칠성소식

전쟁터서 보낸 편지 55년만에 햇빛

#1故윤상보소위 부모님전상서

포탄과 총알이 비오듯 쏟아지는 6.25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가 55년만에 햇빛을 보았다.

누렇게 퇴색된 빛바랜 편지는 남북이 밀고 밀리는 전투가 한창이었던 1951년 2월 28일 윤상보 소위(당시 나이 28세)가 경기도 용인군 이동면에 계신 부모님에게 보낸 문안서신이다.

51년 1월 육군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윤소위는 제7사단 3연대 소대장으로 최전방 전투에 참가했으며 편지를 보낸 4개월 후인 6월10일 강원도 철원 금화지구에서 전사했다.

당시 중공군의 개입으로 잠시 후퇴했던 대한민국 국군은 전세를 가다듬고 북진의 나팔을 불어대며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중이었다.

편지는 15년전 작고한 부인인 김현경씨(1922년생)가 줄곧 간직해 오던 것을 유품정리 중 장롱 속에서 발견돼 아들인 윤석조씨(61·아산시 실옥동)가 보관해오다 55년만에 공개했다.

이곳저곳으로 피난을 다니면서도 가족들에 의해 55년간 고이 간직돼 온 편지는 누더기처럼 조각나고 군데군데 찢어진 모습이 6.25 전쟁의 상처를 보여 주는 듯했다.

편지는 자신의 근황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전황과 승리를 다짐하는 글들로 메워져 있었다.

‘흘러가는 세월은 살 같사와 그 무서운 추위도 어느듯 사라지고 따듯한 봄날이 도라오게 되엿슴니다’로 말문을 꺼낸 편지는 ‘어머님을 꿈결같치 뵈옵고...’ 등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표현이 여기저기 등장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1월12일 부산의 육군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제7사단 3연대에 배속됐다’는 윤소위는 ‘6.25 사변이후 적에게 일차도 패한 일 업시 싸우면 이기는 국군의 의표가 될 만한 연대’라는 부대자랑과 함께 ‘장교로써 성실껏 대한민국에 이바지하고저 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적고 있다.

전황 설명에서 ‘우리 국군이 평안북도까지 진군하였을 때 야만무도한 중공군의 불법 침략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 군과 유읜(유엔)군은 전략적인 후퇴를 하였다'고 1.4후퇴 당시 상황을 기술했다.

편지는 ‘야만적이고 배속이 검은 오랑케 놈들과 쏘련을 조국이라고 삼천리 금수강산을 남의 나라에 종노릇을 하랴는 공산주의 놈들에 무리를 한놈도 남김업시 우리 강토에서 한시밧비 모러내지 안으면 아니되겟슴니다’라며 전의를 불태운 뒤 ‘정의는 승리가 차저온다고 하니 정정당당한 우리 대한민국에 승리에 날이 차저올 날은 머지아는 앞날에 잇슬것’이라는 승리의 자신감으로 끝을 맺고 있다.

당시 6살이었던 아들 윤석조씨는 “북진 중에 잠깐 고향에 들러 부대원들과 국수를 먹고 갔던 기억과 전사한 아버님의 유골이 차에서 내려지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가끔씩 아버님의 마지막 편지를 읽으며 당시를 회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한없이 밀려온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2 대전 동구 배순옥 할머니

“친자식보다 더 깊은 정이 들어 50년이 넘게 함께 살아오고 있답니다.”

6·25 때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은 배순옥 할머니(87·대전 동구 효동).

전쟁이 한창이던 51년 남편과 사별하고 6·25전쟁에 참전한 아들마저 잃은 배 할머니는 서울에서 동생집이 있는 대덕군 동면 내판(당시)으로 몸을 숨겨야 했다.

이 곳에서 피란생활을 하던 중 인근 마을에 부모 없이 5형제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어린애들이 부모 없이 살고 있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배 할머니는 젖먹이 어린 형제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배 할머니는 “옆 동네에 엄마, 아버지 없이 어린것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소리을 듣고 가봤죠. 불쌍하기 이를 데 없었다”며 “어린애들을 돌봐주기 시작한 것이 50년이 홀쩍 넘어섰다”면서 50년 세월을 회상했다.

이 때 배 할머니 나이는 33살이었다. 젊은 나이에 혼자 몸이 된 배 할머니는 이 때부터 이들 5형제를 거둬 먹이고 농사와 허드렛 일을 하며 튼튼히 키웠다.

재혼할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다. 속상한 일이 있어 잠시 경기도 평택에서 혼자 살아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들 5형제가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다시 이들 형제 집으로 돌아온 배 할머니는 전 보다 많은 정을 쏟으며 친자식처럼 이들을 훌륭히 키웠다.

현재 배 할머니는 수양장남 육근학씨(70)가 모시고 있다. 육씨는 손자까지 본 할아버지다. 꼬박 53년째 배 할머니를 친어머니처럼 여기며 모셔오고 있다.

육씨는 “어머니가 33살 때 우리들을 보살피기 시작했다. 당시 막내가 3살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어머니는 우리를 친자식처럼 키웠다”며 “지금은 우리가 친부모처럼 여기며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육씨는 “지금 생각하면 젊은 새댁이 많은 농사일과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시도 고마움을 떨쳐버리지 않고 살아왔다고 했다.

배 할머니는 아들 육씨와 손자, 증손자까지 4대와 함께 살고 있다. 배 할머니는 현충일을 3일 남겨놓고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할아버지가 모셔져 있지만 바쁘게 살다보니 지금까지 한번도 찾지 못했다.

올해는 반드시 수양아들과 함께 할아버지 묘소를 찾으려 했지만 관절염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데다 백내장 수술로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친자식도 부모 돌보기를 꺼려하는 데 고마울 따름이죠. 제부모도 싫다고 하는 세상인데 이 늙은이를 누가 좋아하겠어. 너무 고맙지...”

현재 손자 며느리가 팔순의 배 할머니와 칠순의 육씨 부부를 보살피고 있다.

주변에선 양아들 부부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혈연이 아닌 사랑으로 이어진 행복한 가족을 보는 것 같다며 극찬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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