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대신 ‘클래식음악’기상… 병영문화 신세대 앞으로
칠성소식

나팔대신 ‘클래식음악’기상… 병영문화 신세대 앞으로

나팔대신 ‘클래식음악’기상… 병영문화 신세대 앞으로
[국민일보 2006-09-18 18:49]

18일 오전 6시. 경기도 한 육군부대에서 기상나팔용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김 병장은 일조점호를 마치고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식사를 끝낸 김 병장은 자신의 식판을 당번인 박 이병에게 넘겨줬다. 박 이병이 식판을 넘겨받아 식기세척기에 넣는 것을 지켜본 김 병장은 산더미처럼 쌓인 소대식판을 맨손으로 닦던 이등병 때를 떠올리며 식당문을 나섰다.

하루가 다르게 병영 모습이 변하고 있다. 육군은 지난 7월부터 기상·근무·취침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일과는 부대별로 운영하도록 표준일과표를 개선했고,각 부대는 신세대 병사들의 취향에 맞게 좀더 자유롭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육군 65사단 비호부대는 최근 몇대의 식기세척기를 구입했다. 분당 식판 11개를 닦는 식기세척기 덕분에 설거지를 둘러싼 내무 부조리가 사라졌다.

내무 부조리의 일등공신이었던 일석점호도 육군 6사단이나 공군 제17전투비행단처럼 인원·총기만 확인하고 자유롭게 진실게임,칭찬릴레이 등을 즐기는 ‘확인형 점호’로 바뀌고 있다. 유군 37사단은 후임병을 억압하는 관등성명 복창을 아예 폐지했다.

육군 7사단 화장실은 음악이 흐르고 꽃이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고,부대 내에는 공원이 만들어졌다. 육군 3군수지원사령부는 면회객들을 위해 최근 두 대의 레일바이크(철도 레일을 달리는 자전거)를 설치하고 코스모스길을 조성했다. 육군 52사단처럼 적극적인 병영생활을 유도하기 위해 모병병사를 뽑아 1∼2개월씩 조기 진급시키는 파격적인 부대도 있다.

신병들을 위해서는 부모들에게 매주 문자메시지로 근황알려주기,퇴소식에 거리음악회 열어주기,전입신병 발씻어주기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병영생활 변화에 대한 병사들의 호응은 높다. 국방부가 지난 5월말∼6월초 육·해·공군 11개 부대 1437명의 병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6%(많이 개선 46%,조금 개선 50%)가 개선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병영생활 개선은 아직 일부 부대의 모범사례에 머물고 있고 보여주기식 개선에 치우치다보니 실효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도 병사들간 가혹행위나 성추행 같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간부들의 더딘 변화도 문제다. 국방부 설문조사에서 병사들은 간부들의 지휘·통솔 방식에 대해 응답자의 60%(매우 권위적 33%,다소 권위적 27%)가 권위적이라고 답한 반면, 합리적이라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인권보장을 위한 간부들의 노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답변(보통 31%,무관심 8%)이 많았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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