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바람 타고 북녘땅 가까운 ‘산속의 바다’에 빠지다
칠성소식

평화의 바람 타고 북녘땅 가까운 ‘산속의 바다’에 빠지다

- 일제 때 만들어져 70년 된 호수 ‘파로호’…치열했던 전쟁 아픔 아는지 한없이 고요
- 분쟁지역 사용된 탄피·포탄 모아 녹여 만든 ‘세계 평화의 종’·일몰 유명한 평화의댐
- 사전 출입승인이 있어야 갈 수 있는 칠성전망대… 270도 망원경 통해 북쪽땅 한눈에

금강산 가는 길목에는 빛나는 물의 고장, 강원도 화천군이 있다. 빛날 화(華)와 내 천(川), 말 그대로 빛나는 물이 있는 산골이다. 동시에 화천은 현역 군 복무를 마친 남성에게는 ‘군사 도시’라는 이미지로 각인된 곳이다. 최전방 접경지라는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초미니 산골이 주는 심리적 거리 때문에 멀기만 했던 화천이 최근 평화·안보·생태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다를 제외한 모든 물이 있는 화천을 탐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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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의 ‘바다’ 파로호의 구만리 선착장. 화천군이 운영하는 물빛누리호를 타면 평화의댐까지 이어지는 파로호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 산속의 ‘바다’… 애잔한 파로호

화천의 물은 북한강과 파로호로 크게 나뉜다. 남한에서 최초로 수력 발전을 시작한 화천댐이 북한강과 파로호를 구분한다. 1943년 일제의 화천댐 건설과 함께 만들어진 인공호수인 파로호는 저수 용량 10억1800만t, 만수위 때의 수면 면적은 38.2㎢에 달해 산속의 ‘바다’로 불린다. 파로호는 광복 이후 38도선 이북으로 북한 치하에 있다가 한국전쟁 때 수복됐다. 1951년 당시 대붕호로 불리던 이곳에서 대전투가 벌어진다. 이 전투에서 국군은 중공군 3만 명을 수장했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를 치하하면서 깨뜨릴 파(破)와 오랑캐 노(虜)를 써 파로호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래서일까. 호숫물이 마치 전쟁과 분단의 역사에서 흘러나온 피눈물처럼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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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호를 오가는 물빛누리호.

화천군은 파로호 구만리 선착장에서 평화의 댐을 오가는 유람선인 ‘물빛누리호’를 띄워 파로호의 비경을 관광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물빛누리호에서 마주한 파로호는 한없이 고요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호숫가는 산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 돌과 흙이 층계를 이뤘다. 70년이 넘은 파로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물빛누리호 선장이 호숫가를 가리키며 ‘파로호의 나이테’라고 소개하니,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듯했다. 파로호는 선박 주변 물결 외에는 어떠한 미동도 없을 만큼 정숙해 역사만큼이나 애처로워 보였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평화의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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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264.5m의 거대한 평화의댐.

구만리 선착장에서 파로호를 가로지르는 물빛누리호는 1시간30분 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평화의댐’에 도착했다. 때는 1986년. 북한이 엄청난 물을 담는 금강산댐(현 임남댐)을 건설하는데, 이 댐이 붕괴되면 강원도는 물론 서울 경기가 물바다가 될 것이라는 뉴스가 남한을 뒤흔들었다. 전두환 정권은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까지 성금 행렬에 동참하게 만들어 순식간에 661억 원이라는 막대한 성금을 모았다. 그 이름도 유명한 평화의댐이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시멘트벽, 264.5m에 달하는 엄청난 높이다. 댐 정상에서 내려다본 파로호는 가히 절대 비경이다. 화천 산악을 배경으로 한 평화의댐 노을은 전국 최고의 일몰 풍경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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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댐에 있는 ‘세계 평화의 종’. 높이가 4.7m로, 세계 30개 국가 분쟁지역에서 실제 사용됐던 탄피와 포탄 등을 모아 녹여 만들었다.

평화의댐은 최근에서야 진정한 ‘이름값’을 하고 있다. 평화를 주제로 한 공원으로 변모하면서다. 먼저 높이 4.7m의 ‘세계 평화의 종’은 세계 30개 국가 분쟁지역에서 실제 사용됐던 탄피와 포탄 등을 모아 녹여 만들었다. 옛 소련 서기장 고르바초프가 당시 공원 개장식 때 참석해 화제가 됐던 곳으로, 바로 옆에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얼굴 동판과 실제 손 모양을 본뜬 조형물이 있다. 그 아래는 비목공원이다.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 하나를 소재로 노랫말을 지어 만든 가곡 ‘비목’의 탄생지가 오롯이 보존돼 있다. 올 하반기에는 아찔한 높이의 스카이워크 등 각종 관광시설과 볼거리가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다.

■ 닿을 듯한 북녘, 최전방 칠성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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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 칠성전망대의 DMZ 조형물. 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비무장지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이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내에는 비무장지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군의 통제 아래 몇 군데 운영되고 있다. 이 중의 으뜸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북한의 집단 농장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화천군의 칠성전망대다. 최신식 건물의 전망대에서 망원경을 통해 270도 방향으로 남북의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 군 초소 등을 봤다. 정말 손에 잡힐 듯한 거리다.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북으로 흘렀다가 평화의댐으로 흐르는 금성천 주변으로 북한의 집단농장에서 일하는 주민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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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은 군사상의 이유로 엄격히 통제돼 전망대 입구 DMZ 조형물 앞에서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칠성전망대에 가려면 육군 칠성부대의 군장병안내소(상서면 산양리)를 방문하거나 ‘화천 민통선 출입관리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 낮 12시, 오후 1시, 2시, 3시 출입 가능한데, 반드시 사전 출입승인이 있어야 한다.

금강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내려오는 물을 마시기만 하면 된다는 화천. 어쩌면 파로호에서는 분단과 전쟁의 과거를, 칠성전망대에서는 분단과 전쟁의 현실을, 그리고 평화의 댐에서는 다가올 평화의 미래를 봤는지 모르겠다. 


# 저렴하게 화천군 여행하는 방법

- 춘천역 기점으로 산소길 등 명소 도는 ‘DMZ 평화관광’ 시티투어 상품 인기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면서 남북의 접경지인 화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남북의 경계인 비무장지대(DMZ)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화천을 생태·평화·안보 관광지로 활용하는 움직임이다.

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는 화천군과 합동으로 지난 4월 ‘DMZ 평화관광’이라는 주말 시티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오전 10시30분 춘천역에서 시티투어 버스가 출발하는데, 산소길 화천시장 칠성전망대 평화의댐을 거쳐 춘천역으로 당일 오후 6시30분에 돌아오는 코스다. 성인 요금이 800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화천군 문화관광해설사도 동행한다. 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와 화천군은 부산·경남지역 여행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개최하는 등 전국 각지에 ‘DMZ 평화관광’ 시티투어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박병직 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장은 “새로운 미래, 한반도 평화시대를 맞아 부산과 경남의 많은 시·도민이 DMZ를 방문해 분단현장을 체험하고, 남북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아울러 이곳 화천은 생태 환경의 보고로, 그저 둘러보기만 해도 오감을 만족시키는 관광지여서 먼 걸음을 하셔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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