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DMZ 안보·평화 투어] '금기'에서 '희망'으로… 이 시대 마지막 '경계'를 넘보다
칠성소식

[화천 DMZ 안보·평화 투어] '금기'에서 '희망'으로… 이 시대 마지막 '경계'를 넘보다

20180620000207_0.jpg▲ 칠성전망대 입구에 세워진 붉은 반원의 받침대 위 흰색의 'DMZ' 조형물이 내방객을 반긴다. 그 뒤로 북녘 산하가 아득히 펼쳐져 있다.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에 이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려 한반도 정세가 평화 모드로 급변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남북이 대치한 최전방 비무장지대(DMZ)에도 평화의 기운이 완연하다. 상잔과 갈등의 현장인 DMZ가 한반도, 나아가 세계 평화·생태 공원으로 자리매김할 날이 멀지 않다는 섣부른 기대마저 나오고 있다. 접경지역인 강원도 화천을 1박 2일로 다녀왔다. 화천군 초청 '화천 DMZ 안보·평화 팸투어' 일행과 동행했다.
 
칠성전망대에서 북녘땅 한눈에  
영화 '고지전'의 모티브 된 지역  

인근 '베트남 참전용사 만남의 장'  
국내 유일의 베트남戰 관련 시설  
옛 내무반 재현 등 볼거리도 다양  

평화의 댐으로 연결되는 파로호  
배 타고 즐기는 주변 경관 일품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 

부산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화천으로 출발했다. 화천 읍내에서 점심을 먹고 버스로 50분 거리에 있는 칠성전망대(화천군 상서면 주파령로 8-29)로 향했다. 40여 분쯤 달렸을까. '칠성전망대 안내소'가 나온다. 차 안에는 살짝 긴장감이 돈다. 개별로 온다면 이곳에서 참관 신청을 한 뒤 들어가게 되지만, 우리는 사전 예약을 한 터라 논스톱으로 통과했다. 5분가량 더 들어가면 '민통선 군 검문소'가 나온다. 신분증을 제시한 뒤 통과할 수 있다. 곧 주차장이 나오고 여기서 칠성전망대까지는 오르막길을 10분 이상 걸어가야 한다. 
425고지 전적비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입구에 '425고지 전적비'가 우뚝하게 서 있다. 6·25전쟁의 마지막 승전으로 기록된 425고지 전투는 휴전선을 38선으로부터 35㎞나 북상시킨 전투로 잘 알려져 있다.  

붉은 반원의 받침대 위에 흰색의 'DMZ' 조형물이 내방객을 반긴다. 나무 덱에 오르자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온통 푸른 산하다. 자세히 보면 푸른 숲 사이에 몇 갈래 흙길이 구불구불 기어간다. 바로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이다. 그 사이 폭 4㎞가 DMZ이며 그 한가운데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휴전선이 흐르고 있다.

장병 한 명이 사단과 전망대 소개 영상을 틀어줬다. 정면으로 봐서 맨 왼쪽으로 425고지 전투가 벌어진 적근산(1071m)이 보인다. 425고지 전투는 영화 '고지전'의 모티브가 됐다. 11시 방향에 흰색 콘크리트 구조물이 눈에 띈다. 북한군 GP다. 그 앞으로 파란색 지붕은 아군 GP다. 두 GP 사이 거리는 불과 905m라고 한다. 1시 방향으로 금성천이 북에서 남으로 흘러들고 있다. 5시 방향으로 백암산(1179m)이 우뚝하다.  

전망대 덱에 설치된 고성능 망원경을 통해 영상에서 본 북한 땅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정확히 어디가 남북의 경계인지 헷갈린다고 하자 한 병사가 귀띔해준다. "민둥산은 100% 북한 땅이라고 보면 됩니다." 북녘땅엔 인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상호 비방하는 확성기가 잠잠한 것으로 봐서 남북 간 화해·평화 분위기가 최전방까지 미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눈앞에 있는 DMZ에 발을 내딛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전망대를 내려온다. 지금껏 금단의 땅이었던 DMZ가 생태·평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편 접경지역 DMZ 전망대는 경기·강원지역에 모두 13개가 있다. 칠성전망대는 당일 신청해 당일 관람할 수 있도록 편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안보·평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전쟁의 상흔 고스란히 

1964년 9월 11일 베트남전쟁에 국군 파병이 결정되자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로 군인들이 속속 집결했다. 군인들은 이곳에서 훈련을 마치고 곧바로 부산으로 내려가 베트남행 수송선에 몸을 실었다. 1965년 비둘기부대를 시작으로 1973년까지 8년간 총 32만 2583명의 병력이 베트남전쟁에 투입됐다. 
베트남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베트남 참전용사 만남의 장'.
베트남전쟁 당시 파병 군인들의 훈련장이었던 이곳에 '베트남 참전용사 만남의 장'이 들어서 있다. 국내의 유일한 베트남전쟁 관련 시설이다. 베트남전쟁 참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참전용사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훈련장이었던 곳(13만 9788㎡)에 총면적 5만 3296㎡ 규모의 훈련시설을 복원했다. 참전기념관, 꾸찌터널, 베트남 전통가옥, 옛 취사장, 추모비, 상징탑, 전술기지, 연병장, 야외 전투 장비, 내무반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관람객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내무반. 관물대, 모포, 매트리스 등을 비치해 예전의 실제 내무반과 유사하게 재현해 놓았다. 내무반 침상에 잠시 앉아 본다. 30여 년 전의 군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내무반에선 관람객들의 숙박도 가능하다. 내무반 4개와 가족실 6개가 있는데, 최대 수용 인원은 120명. 

'꾸찌터널'은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들이 만든 지하 요새(비트)를 본떠 만든 시설로, 터널의 총 길이는 157m에 달한다. 터널 안에는 무기 제작소, 작전회의실 등이 설치돼 있어 베트남전쟁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배를 타고 평화의 댐으로 가다  
화천의 명소 '산소길'.
북한강은 화천을 동쪽에서 동남쪽으로 관통하며 서울을 향해 유유히 흘러간다. 일제강점기에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에 북한강 화천댐이 만들어지면서 인공호수인 파로호가 형성됐다. 파로호는 '평화의 댐'까지 20여㎞나 이어지는데, 양안으로 높은 산의 호위를 받으며 절경을 연출한다. 

파로호의 원래 이름은 대붕호였는데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아 남북이 휴전선으로 분단되면서 북한 영토가 됐다. 전력이 부족했던 남한은 화천댐 발전소 수복을 제1의 전투 목표로 삼는다. 북한의 전력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화천댐을 차지하기 위한 남북의 치열한 전투가 이 일대에서 벌어졌다.

1951년 5월 화천댐을 두고 일어난 대붕호 전투에서 국군은 중공군 제10군, 25군, 27군을 격파하고 대붕호 일대를 빼앗게 된다. 이때 3만여 명의 중공군이 수장됐다고 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5년 화천을 직접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하고 국군이 중공군과 북한군을 대파했다는 의미를 담아 깨뜨릴 파(破), 오랑캐 노(虜)자를 써서 파로호라는 휘호를 내렸으며 그때부터 파로호라 불리게 됐다.

파로호 '물빛누리호 선착장'에서 물빛누리호(80t)에 탑승했다. 목적지는 평화의 댐. 평화의 댐까지는 24㎞로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운항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아 파로호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배는 가는 도중 방천리 신내마을에 잠시 멈춘다. 마을주민의 트럭을 내려주기 위해서다. 파로호 주변 오지에는 아직도 적잖은 농민이 살고 있다. 곳곳에 낚시터도 보인다. 국내 유일의 수달연구센터도 지나간다. '산속 호수마을' 동촌리, 생태야영장(에코스쿨), 숨겨져 있어 더 신비한 비수구미마을을 지나자 멀리 평화의 댐이 보인다. 

'오랑캐를 격파하고 대승을 거둔 곳'이기에 붙여진 이름, 파로호. 호수를 거슬러 평화의 댐으로 오르면서 양가감정에 심사가 복잡했다. 한쪽엔 대승을 안겨준 영광의 장소지만, 다른 한쪽엔 수만 병사의 무덤이 된 치욕의 이름 파로호. 전쟁만큼 승패와 생사가 분명하게 갈라지는 인간 행위가 있을까? 파로호는 이러한 질문에 답변 대신 침묵으로 일관한다. 피로 물든 파로호를 거슬러 올라 '평화의 댐'으로 간다는 건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쟁과 평화는 한 물줄기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전쟁도 평화도 모두 시간을 따라 흘러간다는 뜻일까.

한편 물빛누리호는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에 10명 이상 탑승할 경우 운항하는데, 5~10명일 경우 수달호로 대체 운항한다. 탑승 인원이 30명 이상이면 평일에도 운항할 수 있다. 문의 평일 033-440-2721, 주말 033-440-2575. 

글·사진=윤현주 선임기자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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