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제게 희망을 주고 새로운 꿈을 꾸게 해 준 곳입니다. 목적 없던 제 삶에 초석을 놓아준 곳이 바로 군입니다.”
육군7사단 포병연대 56포병대대 정성훈(23) 병장은 지난달 10일 치러진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8개 과목 모두 응시해 단번에 합격하는 감격을 누렸다.
군 복무 중 얻은 검정고시 합격은 정 병장에게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입대 전까지 정 병장의 삶은 한마디로 ‘제멋대로’였다.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 족족 유흥비로 모두 썼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이 그의 삶을 그렇게 만들었다. 당장의 쾌락만이 전부요 미래가 없었다.
친구집에 얹혀 살면서 학교도 다녀봤지만 늘어나는 학비와 교재값에 ‘학교는 사치일 뿐’이었고 결국 이 같은 어긋난 사고방식은 고등학교 2학년 자퇴로 이어졌다.
“하루하루 생활비 걱정에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학교와 공부는 자연 멀어져 갔고 ‘될 대로 돼라’는 식이 돼 버린 거죠. 자퇴 후 검정고시를 준비해 보려고 학원도 다녔지만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마저도 포기하게 된 것이죠.”
2009년 11월 9일 입대한 정 병장은 처음 포병임무를 맡았다. 전투 부대원으로 행군이나 훈련 등이 많았다. 부대에서 강조하는 ‘적의 기습도발보다 앞서 초전에 승리를 위한 요소를 확보한다’는 전투형 야전부대 일원으로서 쏟아야 할 땀방울이 많았지만 자신의 불행한 어린시절을 털어낼 요량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육신이 힘들고 고된 훈련은 그렇게 참고 견뎠지만 한 가지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짖누르며 군생활을 어렵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동기나 선후임병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눌 때마다 나오는 ‘대학교’ 얘기가 그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들과의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지켜본 포대장 김영국 대위는 면담을 통해 정 병장에게 검정고시 준비를 적극 권했다. 신상면담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져 정 병장은 지난해 2월부터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뒤늦게 잡은 책은 생각처럼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때 배운 대분수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런 그를 돕기 위해 부대 간부들이 나섰다. 각 과목별 과외 선생을 자처하면서 간부ㆍ동기 등 5명이 태스크포스(TF)팀까지 만들어 열공 모드를 지원했다.
특히 부대 간부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정 병장에게 EBS 검정고시 기출문제집 10권을 건넸다.
정 병장은 일과 시간 이후 포대장실에서 줄곧 책과 씨름했고 퇴근을 미룬 채 함께 있어 준 포대장ㆍ간부 등을 생각하며 더욱 공부에 매진했다.
“고된 일과시간을 마친 뒤 쏟아지는 잠을 쫓아 내며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면학 분위기를 만들어 준 분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목표가 생겼다.
자신의 미래를 요식업으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
이후 부대 측의 배려와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와 지난해 6월부터 취사병으로 보직을 바꿨다.
새벽 5시에 기상해 시작되는 취사병의 일과도 만만치 않았지만 검정고시 준비는 절대 놓을 수 없는 소중한 일과 중의 하나로, 쉬는 시간 틈틈이 과목 공부에 열중했다.
1분 1초도 결코 소홀함 없이 보낸 1년여 시간. 지난 13일 정 병장은 부분합격이 아닌 8개 과목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포대장은 “성훈이는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옆에서 조언을 하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지난 일 년 동안 꾸준히 성원했다”며 “이제 1차 목표는 달성했으니 다음 목표인 요식업 CEO가 될 수 있도록 대학에 합격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합격 소식을 들은 박진희(중령) 대대장도 “불과 1년 만에 8개 과목에 모두 합격해 놀랍다”며 “사단 포병의 저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돼 자랑스럽다”고 정 병장을 대견해했다.
정 병장은 전역 후 대학에서 경영정보학을 전공해 요리체인점을 경영하는 게 꿈이다. 대학 수시합격을 위해 영어와 사회과목 재시험을 오는 8월에 다시 볼 생각이다. 합격은 했지만 더 좋은 점수를 받아 대학에 합격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간 상태다.
정 병장은 “영어와 사회가 60점대라 더 노력해서 평균 90점대로 올려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검정고시 합격 후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정 병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거라고 하잖아요. 열심히 해서 안 되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정 병장은 군에서 어렵고 힘든 어린 시절을 톡톡히 보상받고 있다고 당당하게 밝힌 뒤 “새로운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 준 군에서 ‘오늘도 밝은 해가 뜬다’는 진리를 배웠다. 9월 전역 전까지 최선을 다해 주변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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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주석(82.02강원)
2011.05.19 08:29
단결,
정성훈 병장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노대흥(82.03부산)
2011.05.19 10:14
단결!
정 성훈 예비역병장님 대단한 결심을 하셨네요.
부디 사회에 나가서 성공하시길 빕니다.
참으로 대단하시고 대견스럽습니다.
정성훈 병장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정 성훈 예비역병장님 대단한 결심을 하셨네요.
부디 사회에 나가서 성공하시길 빕니다.
참으로 대단하시고 대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