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면주칼럼]우리의 6월은 장미보다 비목(碑木)의 계절이다
칠성소식

[신면주칼럼]우리의 6월은 장미보다 비목(碑木)의 계절이다

동족상잔 6·25의 아픔을 되새기는 6월
올해는 지방선거로 더욱 뜨거웠던 계절
비목 영혼들 헤아려 살맛나는 공동체를

▲ 신면주 변호사

막걸리로 유명한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을 지나 372호 지방도를 따라 강원도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광덕재 정상이 나온다. 광덕재는 ‘카라멜 고개’ 혹은 ‘카멜 고개’라 불리기도 한다. 6·25 때 미군이 고갯길 넘나들기가 너무 험난하고 위험하여 붙인 이름이라 하는데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다. 광덕재 정상의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지나면 백운계곡이 펼쳐지고 산고수려(山高水麗)한 화천군이 시작된다.

요즘 화천은 산천어 축제와 타계한 작가 이외수로 유명하지만, 사실 화천은 육군 제15사단, 27사단, 7사단 등이 집결해 있는 중부 전선의 중심 군사도시이다. 육군 출신 남자들 중 상당수가 3개 사단이 모두 통하는 화천 사방거리의 라면 넣은 김치찌개와 소주 맛으로 기억하는 도시이다. 화천군은 삼팔선 이북 지역으로 6·25 때 치열한 전투로 수복한 곳이다. 당시 한미연합군은 화천전투에서 중공군 2만여명을 대붕호에 수장시키고 화천발전소를 확보했다. 화천발전소는 전후 복구 작업에 수도권의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 됐다. 이 승리를 기념하여 이승만 대통령이 대붕호를 파로호(破虜湖)로 개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8년 중국 정부는 주중대사에게 파로호의 재개명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중국 측의 6·25 무단 개입에 대한 사과가 이루어지고 역사의 상흔이 좀 더 아무는 날, 이국만리에서 이념 대결의 희생양이 된 젊은 꽃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고혼을 달래야 할 것이다.

화천 평화의 댐 안에 비목공원이 있다. 비목은 망자의 묘지에 나무로 세운 비를 말한다. 1960년대 중반 평화의 댐 인근 비무장 지대의 청년 장교 한명희는 잡초 우거진 무명 용사의 돌무덤 옆에 녹슨 철모와 비목을 목격하게 된다. 감수성 예민한 그는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으로 시작되는 노랫말을 지었고, 여기에 장일남이 곡을 붙여 가곡 ‘비목’이 만들어졌다.

6·25는 눈 뜨고 볼 수 없는 동족상잔의 비극임에 틀림이 없지만, 이념의 경계를 분명히 하여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유민주국가로 전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즉, 전근대적인 신분적 주종관계와 지주 중심의 경제적 예속 관계가 해체되고, 한미동맹을 비롯한 자유 진영 국가와의 동맹을 통해 국제무대의 일원으로 동참하게 됐으며, 징병제의 실시로 국가 안보에 눈뜨게 됐다. 전쟁의 참상을 딛고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무명 용사의 비목이 어디 화천에만 있겠는가. 산업화와 민주화, 노동의 현장마다 꽃다운 젊은 청춘의 비목이 넘쳐나는 70년 세월이었다. 실로 우리의 6월은 흐드러진 장미보다 비목의 계절인 것이다.

올해 6월은 대통령으로부터 기초의원까지 4000여명의 살림꾼을 뽑는 선거전으로 아직도 포연이 자욱하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하지만 아름다운 꽃인지는 의문이다. 선거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일꾼을 뽑는 과정이지만 후보자는 권력을 쟁취하는 절체절명의 전쟁터이다. 후보자들은 선전 선동, 포퓰리즘, 네거티브 등 온갖 마키아벨리즘을 동원하여 표심의 사냥에 전력을 다한다. 유권자들은 이 과정에서 눈을 부릅뜨고 참일꾼을 찾으려 하지만, 그들의 술수에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정치를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작업이라 했으니 어느 정도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순수한 비목들의 영혼을 앞세워 국민을 편 가르는 수법과 지도자로서의 체통을 내팽개친, 질 낮은 정치의 난무는 주권자들의 정치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정약전의 유배 생활을 그린 <자산어보>라는 영화에 ‘쥐에게도 가죽이 있거늘 사람에게 체면이 없으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이다(相鼠有皮 人而無儀 人而無儀 不死何爲)’라는 대사가 나온다. 시경(詩經)의 한 구절이다

여하튼 이제 대통령을 비롯한 각기 역할을 맡은 선량들이 힘겨운 전투 끝에 경제 회복을 필두로 수많은 난제의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6월 비목 영혼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조금 더 살맛 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

신면주 변호사

Comments

번호 포토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65 휴전선 155마일 종주 대회 참가 칠성 2018.08.20 2520
564 주한대사방문단 화천 칠성전망대 등 방문 칠성 2018.08.20 2822
563 국방부, 민주화 운동관련 강제 징집 후 복무 중 사망자 17명 순직 결정 칠성 2018.08.20 2975
562 7사단 오태경 상사 휴가중 인명구조 칠성 2018.08.20 2560
561 휴전선 155마일을 종주하며 평화통일을 기원하다 칠성 2018.08.20 2562
560 최문순의 강원미식회…닭갈비·막국수 먹고 '평화 관광' 칠성 2018.07.10 2745
559 온 가족이 함께 만든 '아버지의 역사' 칠성 2018.07.03 2522
558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 이순호 소령 '7월 호국인물' 칠성 2018.07.03 3165
557 7월의 호국영웅 댓글+1 민경철8811충북 2018.06.29 2832
556 장병사기·경기활력 두마리 토끼 잡았다 칠성 2018.06.26 2780
555 평화의 바람 타고 북녘땅 가까운 ‘산속의 바다’에 빠지다 칠성 2018.06.26 3324
554 육군 7사단 "장병 영외급식으로 사기UP! 지역경제UP!" 칠성 2018.06.26 3030
553 [화천 DMZ 안보·평화 투어] '금기'에서 '희망'으로… 이 시대 마지막 '경계'를 넘보다 칠성 2018.06.22 3058
552 13남매 장남 육군 중위 "전우애는 가족사랑과 같다" 칠성 2018.06.19 3324
551 13남매 같이 산 경험 군복무에 도움됐죠 [출처: 중앙일보] 13남매 같이 산 경험 군복무에 도움됐죠 칠성 2018.06.19 2991
550 현충일 추념식 "428030,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 칠성 2018.06.13 2700
549 최전방 러시아 다문화 장병 생애 첫 투표 화제 칠성 2018.06.13 4131
548 文대통령, 충청출신 무연고 묘지안장 용사참배 '관심' 칠성 2018.06.13 3397
547 최문순, 화천군수 지원유세에 한나라당 출신 '전 군수' 동참 칠성 2018.06.13 3034
546 제63회 현충일 추념식 : 428030,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 댓글+1 칠성 2018.06.13 2539
545 순황토로만 지어진 건강한 화천펜션! SNS 인기 ‘나이테펜션’ 칠성 2018.06.05 3113
544 홈 뉴스 강원&강원인 종합 2군단장에 김혁수 중장 임명 칠성 2018.05.29 3316
543 포커즈 리더 진온, 7사단 현역 입대..짧은 머리 '늠름' 칠성 2018.05.16 3604
542 음주운전 준케이 8일 입대… 진온, 성규도 잠시 이별 칠성 2018.05.16 2948
541 "청소년, 나라사랑 자전거 국토순례 떠나요" 칠성 2018.05.15 3938
540 어머니의 마음으로 장병급식 살핀다 칠성 2018.04.25 2845
539 현장르포 제3지대 7사단 2002 GOP 칠성 2018.04.24 3192
538 육군1야전군사령부와 7사단을 찾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일행 칠성 2018.04.23 3362
537 한승수 국무총리, 육군칠성부대 방문 전방 철책선 순시 칠성 2018.04.23 2710
536 조양호 한진 회장, ‘현역 시절 자대’ 육군 7사단 제설기 기증 손은석9705서울 2018.04.13 6304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163 명
  • 오늘 방문자 1,461 명
  • 어제 방문자 1,801 명
  • 최대 방문자 6,359 명
  • 전체 방문자 2,023,044 명
  • 전체 게시물 37,328 개
  • 전체 댓글수 59,121 개
  • 전체 회원수 3,03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광고 / ad
    Previous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