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대장 채명신 장군
칠성은

5연대장 채명신 장군

칠성관리자 1 54,443 2007.05.23 00:28



5-3.jpg

<570>역사를 넘어 시대를 넘어-57- 5연대 부연대장 부임

육군본부에서 갑자기 나에게 보직 제의가 있었다. 우리나라 첫 유격전을 경험했으니 새로운 분야의 계획업무를 봐 달라는 것이었다.

책상머리에 앉아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책상에 앉아 펜을 굴리는 체질이 아니다. 그래서 단호히 전방을 원했다.

“계 속 싸우고 싶습니다.”이때 마침 영천 전투에서 직속상관으로 있었던 김용배 7사단장(육사2기)이 양구 북방전선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나를 불렀다. 흔쾌히 응하고 진지로 가니 5연대 부연대장 보직이 주어졌다. 김사단장 이하 군 간부들이 북한의 유격대장 길원팔을 잡은 내가 부임해 온 것을 대단히 환영했다.

본래 5연대는 부산에 근거지를 두었으나 전쟁이 나자 전방에 배치됐다가 거의 전멸했고, 영천 전투 때 재편성된 부대였다. 그 후 전쟁에 투입됐지만 총소리만 들어도 도망간다고 해서 ‘왔다갔다연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형편없는 부대였다. 부대가 왜 이렇게 오합지졸이 됐을까를 살펴보니 그럴 만도 했다.

1년 사이 연대장이 6명이나 교체됐으며, 그것도 대부분 작전 실패와 전사, 팔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후송되고 그나마 몇 명은 모종의 책임을 지고 군복을 벗은 형편이었다. 그래서 장교들 사이에서는 “7사단 5연대로 가면 죽는다”는 악소문이 나있는 형편이었다.나는 부임 첫 과제로 사기앙양을 내세웠다.

싸우기도 전에 이미 질 것이라는 자기 굴종과 자기 체념은 군대가 버려야 할 가장 큰 악폐라고 보았다. 5연대처럼 무수한 전쟁을 치르면서도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병사들에게 단 한 번의 승리야말로 사기앙양의 절대조건이라고 보았다. 나는 훈련을 철저히 시켰다. 심지어 야간사격도 잠을 잊어 가면서 시켰다.

당시 장병들은 겁이 많아 밤에 보초를 서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나도 무작정 총을 갈기는 버릇이 있었다. 야간사격은 매우 위험한 요소를 안고 있다. 총의 불빛으로 인해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게 되고 그것은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 이런 것들 때문에 패퇴한 것이다. 따라서 적을 사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극도로 사격 행위를 억제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신감을 심어 줬다. “부연대장은 적 후방에 침투해 두 달 동안 휘젓고 다닌 무시무시한 군인이며, 김용배 연대장(전사·사단장과 동명이인)은 일본군 지원병 출신으로 태평양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른 역전의 용사다”라는 투의 좋은 루머를 퍼뜨렸다. 지휘관을 서로 치켜세워 주는 사기앙양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연대는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7월로 접어든 어느날 김용배 연대장이 전방지휘소에 들러 상황을 살피다가 나무 밑에 천막을 치던 중 적 포탄이 천막을 강타해 연대장은 현장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정말 5연대는 어떤 무엇도 안 되는 연대인 것 같았다.

이후 5연대장을 맡겠다는 후임이 나오지 않았다. 졸지에 내가 5연대장 직무대리를 맡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직무대리를 맡은 한참 후에도 연대장은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참다 못한 김용배 사단장이 화를 내고 나를 연대장으로 진급시키려고 육본에 명령을 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의 진급은 솔직히 빠른 편이었다.

사단 내에서도 말이 많았다. 어떻게 육사5기생을 연대장을 시키느냐, 2기생도 연대장이 빠르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는 소문들이었다. 사단장도 이런 비판을 의식했던지 어느날 이렇게 말했다.

“그 럼 대안을 내시오. 도대체 오는 놈이 없는데 계속 직무대리로 두고만 있을 수는 없소. 사실 채명신 중령은 그동안의 전과도 대단하고 지금 부대원의 사기도 앙양시키고 적과의 교전도 확실하게 수행하고 있소. ‘왔다갔다연대’를 잘 이끈 것만으로도 공이 있소. 전쟁터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군인이 필요한 것 아닌가. 기수가 무슨 소용인가?”

이렇게 말하자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단 사람은 없었다. 김용배 사단장의 고집으로 나는 1951년 8월 어느날 육사5기 동기생 중 가장 빠르게 대령으로 진급해 연대장이 됐다.

<채명신·예비역 육군중장·전 주월한국군사령관/정리=이계홍·용인대 교수·인물전문 대기자>

*********
국방일보에서 퍼왔습니다.
채명신 장군은 일생 자체가 영화로 만들어도 모자랄 정도로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고 중령시절에는 유격대를 이끌고 적진 깊숙이 침투한 적도 있으며 5연대장도 역임하셨으며 주월 사령관도 역임하셨습니다. 여전히 생존하셔서 원로로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http://kookbang.dema.mil.kr/kdd/ColumnTypeView.jsp?writeDate=20070516&menuCd=2001&menuSeq=16&kindSeq=1&menuCnt=30917

Comments

칠성관리자 2007.05.23 00:30
  그 유명한 백골병단입니다.
번호 포토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56 칠성부대(7사단) 사단가 댓글+11 안호상 2007.06.15 63832
열람중 5연대장 채명신 장군 댓글+1 칠성관리자 2007.05.23 54444
154 자랑스런 선배 전우 : 7사단 8연대 최득수 이등상사 댓글+1 손은석 2006.07.25 51569
153 칠성부대 팻치 댓글+1 칠성관리자 2006.10.11 49871
152 6.25한국전 참전 및 국군 제3연대 창설 기념비 칠성관리자 2007.07.31 49672
151 민기식-칠성부대 칠성 2006.10.11 49514
150 칠성 부대 역사 - 부대 창설(연대) 편 칠성관리자 2006.10.06 49153
149 자랑스런 선배 전우 : 7사단 8연대 김한준 대위 댓글+1 손은석 2006.07.25 48858
148 채명신 장군 : 프롤로그 칠성관리자 2007.06.11 45997
147 칠성 부대의 역사 - 연승 부대편 댓글+1 칠성 2006.11.06 45637
146 16포병대대 댓글+4 이주석(82.02강원) 2012.01.12 28659
145 화천 ‘사방거리’ 댓글+6 최종헌(94.04서울) 2009.09.11 25616
144 이상현 육군7사단장 댓글+9 칠성 2009.06.24 25177
143 미아리지구 전투 칠성관리자 2006.12.07 24483
142 유재홍 군단장과 7사단 참모들 댓글+1 칠성 2009.01.20 24181
141 우리 사단에도 전에 이런 사단장님이 계셨네요. 댓글+4 민경철(88.11충북) 2010.12.20 23927
140 유격장과 칠성성벽 댓글+10 칠성 2009.01.04 22420
139 의정부지구 전투 칠성관리자 2007.03.01 21657
138 이철휘 예비역대장 민경철(88.11충북) 2011.12.18 20233
137 권영기 2군사령관 댓글+7 칠성 2009.12.04 20058
136 초대 사단장 : 이준식 중장 칠성관리자 2007.05.01 18883
135 이상의 대장 댓글+5 민경철(88.11충북) 2009.09.23 18880
134 춘천 전투의 명장 임부택 소장 댓글+2 칠성관리자 2007.05.01 18550
133 반세기만에 찾은 무공훈장 - 故 백천수 육군대령의 비화 칠성 2007.12.11 18384
132 북파 유격대 백골 병단의 혈투 - 제 2 편- 손은석(97.05서울) 2009.12.07 18233
131 訃音 - 차규헌 전 사단장 별세 댓글+5 민경철(88.11충북) 2011.05.12 18084
130 자랑스런 선배 전우 : 유재흥 장군 댓글+2 칠성관리자 2007.03.07 18034
129 자랑스런 선배 전우 : 이성가 장군 칠성관리자 2007.05.01 17836
128 軍歌처럼 뼛골로 온 아버지… 62세 딸은 흐느꼈다 민경철(88.11충북) 2011.11.21 17754
127 이기자부대 제34·35대 사단장 이·취임 민경철(88.11충북) 2011.12.01 17443
126 수색대대 출신 조회장님 댓글+2 이주석(82.02강원) 2011.09.01 17386
125 부대별 순위 댓글+6 이주석(82.02강원) 2011.09.12 17150
124 태극무공훈장 `全軍 최다' 댓글+6 김중환(86.03인천) 2010.04.29 16939
123 김희상 포병 연대장님 시절... 댓글+8 김철민(85.03경북) 2009.11.06 16399
122 평양 탈환 작전 댓글+1 칠성관리자 2007.03.23 16378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80 명
  • 오늘 방문자 801 명
  • 어제 방문자 1,232 명
  • 최대 방문자 6,359 명
  • 전체 방문자 1,947,152 명
  • 전체 게시물 36,666 개
  • 전체 댓글수 58,438 개
  • 전체 회원수 2,995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광고 / ad
    Previous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