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현장 중동부 전선을 가다
칠성소식

분단의 현장 중동부 전선을 가다

정유광(03.10경기) 0 16,228 2010.06.30 18:16
철책선을 마주하고, 총부리를 겨누며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소식을 자국에 타전하는 외신특파원들은 이 같은 사실에 아주 민감하다.

이같은 배경에서인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주 실시한 ‘외신기자단 안보, 생태 탐방’은 외신 기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특히 6.25 6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에다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긴장이 고조된 남북 대치현장을 본다는 기대가 컸다.

탐방 코스도 강원도 화천, 양구군 등 비교적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중동부전선 접경지대라는 것도 그들에게는 매력적 요소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안보탐방에 참가한 외신기자단과 직원들
문화체육관광부의 안보탐방에 참가한 외신기자단.

탐방에는 미국 블룸버그(Bloomberg), 영국 로이터(Reutres)를 비롯해 이타르타스(러시아), NHK, 니혼게이자이, 교도통신(이상 일본) 등 세계 주요 언론사 한국특파원 등 30여 명이 참가했다.

서울 프레스센터를 출발한 버스는 경춘고속도로를 따라 강원도 춘천을 거쳐 화천으로 향했다. 춘천을 지나자 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바뀌고, 굴곡도 심해진다. 한국의 좁은 시골길을 접한 기자들은 잠을 깨고, 차창 밖에 관심을 보였다.

민간인보다 군인이 더 많은 화천

화천은 철원, 양구, 인제와 함께 민간인보다 장병의 숫자가 더 많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군사도시다. 화천에는 이날 방문키로 한 7사단을 비롯해 27사단, 15사단, 2군단 예하 부대 등 3만 명 이상의 장병이 생활하고 있다.

화천의 군부대는 대부분 행정구역 상으로 철원군(옛 김화군)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김화로 통하는 5번 국도(철원~김화~화천~춘천~원주)가 군사분계선의 후방인 화천을 지나기 때문에 장병들은 대부분 화천을 터전으로 생활한다.

화천군청에서 군수의 간략한 인사를 받은 기자단은 본격적인 전방행에 나섰다. 기자단의 안내를 맡은 이진선 문화관광해설사는 “군사도시 화천 방문을 환영한다”며 “주말이면 3개 사단에서 화천읍내를 찾은 장병과 면회객들로 북적이는 도시”라고 말했다.
민간인보다 군인이 더 많다는 말에 외신 기자들의 펜이 바빠진다. Channel News Asia의 제시카 포울러(Jessica Fowler) 기자는 “분단국가라는 현실이 믿겨진다”고 했다.

사단의 촉수, 정보통신대대

이날 기자단이 찾은 부대는 7사단 정보통신대대.
정보통신대대는 사단급 부대의 ‘촉수’, ‘신경’으로 불리는 부대로, 사단내 전기, 유무선 통신을 총괄한다.

부대를 소개하는 정보통신대대 대대장과 안내장교
부대를 소개하는 정보통신대대 대대장과 안내장교.

정보통신대대는 널찍한 연병장에 최신식 3층 막사를 갖춘 깔끔한 부대였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연병장의 흙은 푹신푹신했고, 건물 바닥도 말끔했다. 손님 맞이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을 장병의 노력이 엿보였다.

내무실에 들어서자, 10명의 분대형 침대와 관물대가 잘 정돈돼 있다. 성인 남성들은 군 생활하면 ‘일자 침상’에서 ‘칼잠’을 잤던 기억을 떠올리지만 이제 그런 추억은 없다고 한다.

최신식 내무실을 둘러보는 기자단
최신식 내무실을 둘러보는 기자단.

외신기자들 역시 내무실의 모습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시마야 히데아키(島谷英明) 특파원이 “모두들 이런 곳에서 자느냐”고 묻자 대대장 ○○○중령은 “병사들은 편히 누워서 잘 만큼 충분한 넓이의 침대에서 숙식하며 생활하고 있다”며 “이는 군의 병영현대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일어난 변화”라고 말했다.

통신대대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단
군부대의 모습을 촬영하는 이타르타스통신 블라디미르 쿠타호바 지국장
부대 내부를 촬영하는 외신기자단(위)과 이타르타스통신 블라디미르 쿠타호바 지국장(아래).
이윽고 점심시간. 취사장에 들어서니, A급 복장에 흰 조리모자를 쓴 취사병들이 손님을 맞았다.
장병과 같은 식단으로 준비된 병식은 생선국, 골뱅이무침, LA갈비찜, 김치. 밖에서도 1만 원은 줘야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골뱅이무침에는 야채보다 골뱅이가 훨씬 많고, 갈비찜도 솥에 가득하다.

젓가락을 든 기자들이 연방 “맛있다”고 했다. 한국 음식에 익숙한 이들이지만 병식이 더 맛있다는 반응이다. “정말 장병이 먹는 음식이 맞느냐”고 되묻는 기자도 적지 않다.
병영식을 배식하는 기자단
병영식을 배식하는 기자단.

○○○급양담당관은 “장병과 같이 먹는 식단”이라며 “요즈음은 병영식이 간부식당 밥보다 훨씬 잘 나온다”며 “병식의 질 향상을 위해 민간인 조리사를 고용해 병사들의 입맛을 맞춘다”고 했다.

우리 군에 대한 외신의 관심은 뜨거웠다. 장병과의 인터뷰 시간이 마련되자, 통신중대장과 즉석 인터뷰가 진행됐다. 주요 관심 분야는 역시 ‘안보’와 ‘천안함’.
접경 지역의 긴장 상황으로 DMZ(비무장지대) 탐방이 취소된 상황이라, 이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통신중대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외신기자단
7사단 통신중대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외신기자단.

교도통신 사토 다이스케(佐藤大介) 특파원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고 묻자 “통신중대장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근무하고 있다”며 “평시 훈련이 곧 전투준비이며, 늘 해오던 것이 전투준비이기 때문에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대대장도 “국민여러분과 기자분들께서 최근의 상황에 대해 불안해 하시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어떠한 적의 도발도 필살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대비하고 있으므로 안심하시고 생업에 종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긴장감이 감도는 민통선

부대 탐방 후 버스는 북으로 10분 여를 달려 7사단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에 다다랐다. 민통선은 남방한계선으로부터 10km 안팎에 위치해 있고, 행정구역은 강원도 철원군과 양구군이다.
화천군은 춘천에서 김화와 철원을 거쳐, 원산, 함흥으로 이어지는 길목으로 해방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 교통의 요충지였다고 한다.

실탄을 장전한 총을 들고 경계근무를 서는 초병을 보자 담소가 오가던 버스 안은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군사분계선(MDL)이 아니다”는 통역 장교의 설명에 무겁던 분위기는 밝아졌다.

안동철교에 올라 민통선을 카메라에 담는 기자들
안동철교에서 민통선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는 기자들.

서부전선과 달리 중동부전선의 민통선은 민간인 출입이 거의 없다. 평야를 많이 끼고 있는 서부전선은 농사 등을 위해 민통선을 드나드는 현지 주민이 상당수지만, 산지가 대부분인 중동부전선 지역에선 민통선에 갈 일이 없기 때문.

민통선 출입도 엄격해, 적어도 7일 전에 해당 부대에 출입목적 등을 밝혀 신고를 해야 한다. 이진선 해설사는 “작전 목적 외에도, 지뢰유실지가 많아 사고 위험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뢰’라는 질문에 또 기자들의 눈이 번득인다. “묻힌 지뢰가 얼마나 되느냐” “정말 지뢰가 터진 경우도 있느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사단 정훈장교 백○○ 소위가 “아직도 어디에 얼마나 묻힌지 잘 모른다”고 하자 기자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민통선 안의 안동철교에 들어서자, 카메라의 플래쉬가 연이어 번쩍였다. 사람이라곤 군인만 보던 대자연이 오랜만에 손님을 맞은 것 같았다. 간혹 보이는 산짐승과 어른 키만큼 자란 수풀이 이곳이 자연그대로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안동철교에선 7사단의 주요 시설인 백암산 OP(관측소)가 보인다. 백암산 OP는 남방한계선 3km 후방 지점으로 북한 땅이 보이는 곳이다. ‘군사분계선이 가까운 곳’이라는 말에 외신 기자들의 펜과 카메라는 다시 바빠지고, 안내 장교는 쏟아지는 질문에 진땀을 흘린다.

민통선을 따라 동으로 이동하니, 21사단 민통선 초소에 다다랐다. 21사단은 양구 지역을 방어하는 부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준한 심산준령을 지키는 부대다. 남방한계선 철책을 담당하는 GOP소초의 장병은 매일 1m가 넘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경계작전을 실시한다.

이어 버스는 민통선을 나와 평화의 댐에 도착했다.
북한의 임남댐(금강산댐) 건설 계획이 발표되고, 북한의 수공에 대비한 대응댐의 성격으로 탄생한 평화의 댐.

평화의 댐에 자리한 평화의 종.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평화의 댐에 있는 평화의 종.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임남댐의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평화의 댐 증축공사가 이뤄졌고,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저수량을 자랑하는 홍수조절댐이 됐다.

댐을 뒤로하고, 유람선에 올라 파로호를 가르며 화천읍으로 이동했다. 배에서 맞는 강바람은 바닷바람 못지 않게 시원하다.
유람선에서 청정 자연의 맛을 만끽한 외신 기자들은 뱃머리에서 바람을 쐬며, 호수 주변에 간간이 나타나는 산양, 까마귀를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동계올림픽에 재도전하는 평창

화천을 떠난 버스는 동계올림픽 개최 후보 도시 평창으로 향했다. 평창은 군 전체가 해발 1000m 안팎의 고원지대로 돼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랭지다.

평창을 지나는 영동고속도로는 둔내면부터 완만한 오르막길로 접어들어, 장평, 진부, 속사를 지나 횡계나들목(대관령)에서 높이의 절정을 맞는다.

평창군 횡계, 대관령은 용평스키장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 알펜시아 리조트가 들어서며 또 한번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한국의 알프스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곳으로 스키는 물론 골프, 승마, 온천 등 사계절 레포츠가 가능한 종합휴양지다.
고원지대에 위치해, 겨울에는 자연설의 스키를 즐길 수 있고, 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시원하다.
빌딩 숲에서 생활하던 외신 기자들은 청명한 하늘과 초가을 같은 평창 날씨에 “아주 좋다”,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알펜시아의 또 다른 명물은 국내 최장의 스키점프 경기장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만든 것으로 현재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전용 훈련장소로 쓰인다. 덕분에 스키점프 대표팀은 올해 열린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도전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알펜시아 리조트의 스키점프대. 국가대표 훈련장으로 쓰인다.
알펜시아리조트의 스키점프대. 국가대표 훈련장으로 쓰인다.

선수들이 뛰어내리는 점프대를 보니 높이가 까마득하다. 모노레일을 타고 높이 200m가 넘는 점프대에 오르니 선수들이 도움닫기를 하는 스키슬로프와 착지 지점은 공포 자체다. 점프대를 찾은 외신기자들도 “놀라운 광경”이라고 흥미있어 했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재도전하는 평창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사력을 다하고 있다. 평창군은 이번 외신기자단의 알펜시아 방문도 세계 언론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당위성을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홍보에 주력했다.

알펜시아를 둘러 보고, 안내 요원의 설명을 들은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 알라 쿠타호바(Alla Koutakhova) 특파원은 “지난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러시아 소치가 선정되고 평창이 선정돼 안타까웠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유치에 성공하기 바란다”고 덕담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1박 2일의 투어에 대한 반응을 들어봤다. 모두들 “인상깊고 괜찮은 여정이었다”고 했지만, “가끔 부대 탐방을 다녀본 것이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대한민국의 군사 대치 현실과 강원도라는 곳에 항상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하루 빨리 남북의 군사 대치 상황이 해소돼 DMZ(비무장지대) 생태 탐방을 다녀오고 싶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는 기자단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는 기자단과 행사 관계자들.









[출처:공감코리아 원문 기사전송 2010-06-28 1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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