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신 장군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칠성소식

채명신 장군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1952년 5연대장 시절에 잊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우리 연대의 공격훈련이 매우 실전적이며
특수하다고 한국군이나 미군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일로 미 육군참모총장 코린스 대장이 모처럼 한국을 방문하는 기회에 5연대를 방문하여 공
격시범훈련을 보겠다는 지시가 미 8군에 시달됐다. 시범 당일 우리 연대에는 코린스 대장, UN
군 사령관 리치웨이 대장, 8군 사령관 밴플리트 대장, 군당장 파머 중장, 참모총장 이종찬 소장
등 한미 고위장성들이 대거 내방했다.
그날 나의 특기인 중대급에 의한 적 방어진지 강습 시범훈련은 참관자들의 격찬을 받았으며 이
는 한국 산악지형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대한의 화력을
집중시키고 적은 병력으로 신속하게 강습하여 적이 미처 저항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적진에 돌입,
진내 소탕하는 요령 등에 대한 것들이었다. 이는 또한 한국군을 대표해서 차지하게 된 영예이기
도 하였다.
명랑한 진중생활
돌바위고지를 점령한 뒤 전선에 변화는 없었다. 이미 UN군은 공산군과 휴전협상을 벌이고 있
었으니 전선에서는 소규모 전투만 반복될 뿐이었다.
때문에 우리 5연대도 진지보강을 하며 탐색전과 매복전 등을 반복하는 지루한 대치상태가 이
어졌다. 난 장병들의 사기와 전투력 유지를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했다.
‘이를 어쩐다. 모두들 호 안에만 처박혀 있는 진중생활에 싫증도 생기고…. 운동부족으로 체력
이 약화될 수도 있겠고…’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철저한 교육훈련과 명랑하고 유익한 진중생
활을 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체력못지 않게 지식습득도 병행키로 했
다.
난 우선 전 부대에서 중졸 이상의 학력자를 파악했다. 그리곤 그들을 부대별로 한 명씩 배정되
도록 각 부대를 재편성했다. 그러자 대략 한 호에 한 명씩 중졸 이상자가 편성되었다.
이젠 교육할 차례였다. 그러나 난감했다. 당시만해도 ‘정훈’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
았을때라 교재를 뭘로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고심끝에 난 학교에서 하는 식으로 국
어·한문 등 커리큘럼을 짜 후방에서 책을 사오도록 했다. 또한 농촌출신이 많았던 점을 감안해
영농 및 농촌계몽 교육도 함께 실시했다.
초등학교조차 나오지 못한 사병들에겐 한글교육도 병행시켰다. 교육은 사병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난 장교들에게도 강하게 권고해 시간나는 대로 영어공부를 시켰다. 월파 중령이
도와주었다.
체력훈련도 실시했다. 난 최전방 부대를 제외하고 모든 부대는 적이 보이지 않는 사면에 체력단
련을 할 수 있는 운동시설을 만들도록 지시를 내렸다. 배구를 할 수 있는 시설, 태권도 단련시설,
평행봉·철봉 등을 만들고 폐품이 된 통신선을 얻어 잘라내 줄넘기줄을 만들어 배포했다.
뿐만 아니라 사격술·총검술·태권도 등도 병행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사병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공부와 운동을 반복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계획과 실시는 우리 연대의 독자적인 결정으로 시작했으며 소강상태로 접어든
전쟁터에선 당연한 조치였다.
소총부대 제일주의
난 사기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당시 우리 장병들의 가장 큰 관심은 위안부대였지만 양담배도
관심의 초점이었다.
물자가 워낙 부족해 우리군 전투부대엔 일주일에 한 갑 정도의 양담배가 특별지급되고 있었다.
그러니 모든 장병들의 즐거움의 하나는 양담배를 받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엔 문제가 있었다. 한 사람에게 한 갑씩 나오게 되어 있는 양담배가 오는 도중 이곳
저곳으로 사라져버려 막상 연대에 도착했을 때는 심한 경우 30%가까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러니 대부분 한 갑씩 못주고 개비로 나눠줘야 했다. 그중 소총 중대원들에겐 무조건 한 갑씩
주도록 명해 기타 행정부대나 본부 등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부대장병에게는 적게 주거나
또는 전혀 배당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바로 사기양양을 위해서이다. 난 당시 사병들의 유일한 즐거움인 양담배 배급으로 사병들
의 사기 올리는 방법을 강구했다.
전쟁시에는 최전선에서 직접 전투에 종사하는 장병들의 사기가 가장 중요하다. 비록 양담배 한
갑이지만 자기들이 다른 전우들보다 우대받고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와 긍지를 가지게 되는 것
이다. “너희들이 희생하라. 전방 소총부대원들이야 밤잠도못자며 고생하고 있지 않냐? 그러
니 너희들이 양보하도록 해라. 물론 불만이 있다면 말해라. 언제든지 양담배 한갑씩 받을 수 있
는 소총부대로 보내주겠다.” “알겠습니다!” 내말에 비전투부대 요원들은 당연하다는 듯 소
리를 지른다.
최전선 ‘소총중대 제1주의’
이는 내 군인시절 평생을 두고 따라다녔던 단어다. 난 일반병들에게만 그랬던 건 아니다. 장교
들도 마찬가지였다. 본부 장교보단 일선 소대장이나 중대장들을 끔찍히 아꼈다. 난 이들 얘기라
면 무조건 들어주었다. 당연한 일이 아닌가. 가장 고생하는 친구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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