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외로이 계셨던 호국용사 꼭 가족 품에

70년 외로이 계셨던 호국용사 꼭 가족 품에

마지막 휴가 때 지니고 계셨다는 호루라기, 빗, 만년필, 몽당연필 그리고 ‘최승갑’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삼각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마지막 휴가 때 지니고 계셨다는 호루라기, 빗, 만년필, 몽당연필 그리고 ‘최승갑’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삼각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6·25전쟁 전사자 유해 찾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6·25전쟁 당시 전투 현장에서 돌아가신 수많은 호국용사는 아직도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 있다. 70여 년이 지난 2019년 현재까지 발굴·수습한 유해 수는 약 1만구.

수습되지 못한 유해는 12만 4000구에 이른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이들의 유해를 찾아 조국의 품으로 모시고, 유가족을 찾아드리는 일을 하고 있다. 조사·탐사, 발굴·수습, 감식·신원확인, 후속 조치의 4단계로 구분되는 각 유해발굴 분야 감식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투 기록·제보 바탕 “단 한 분이라도 더…”

김찬수 조사과 조사담당관


“제가 전담하는 조사 지역은 제2작전사, 즉 충청권 이남의 후방 지역으로 정규 작전과 공비토벌 작전이 전개된 곳입니다.”
국유단에서 약 6년째 근무 중인 김찬수 조사담당관은 유해발굴의 첫 시작인 조사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전국 각지 수많은 전투 현장을 직접 두 발로 걸어 전투 흔적을 찾아내고 발굴 가능 지역을 선정한다. 당시 전투 기록 자료와 지역주민 제보가 근거가 된다지만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김 담당관은 “전투 현장인 산을 탐사하는 일이 많은 만큼 기상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특히 여름에는 소나기와 폭염 등으로 힘든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여름 강원도 양구 대우산 탐사 때 갑자기 내린 폭우에 계곡물이 범람해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돌 굴러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할 정도였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자니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위가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자니 날이 저물 것 같았습니다. 굵은 밧줄을 몸에 묶고 계곡물을 건넜던 기억이 납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유해발굴에 뛰어든 김 담당관은 지금까지 다수의 전사자 추정 유해를 발굴했다. 그 가운데서도 경남 창녕과 전북 순창 지역은 잊을 수 없다. 낙동강 서부 방어전선인 경남 창녕에서 집단매장 지역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다수의 전사자 추정 유해도 발굴할 수 있었다. 또한 공비토벌 지역인 전북 순창에서는 거의 10년 만에 완전 유해를 발굴했다.

“직접 찾은 전투지역에서 실제 유해가 발굴되고 수습될 때 큰 보람과 행복감을 느낍니다. 유해발굴에 실패할 경우도 있지만, 단 한 분이라도 더 조국의 품으로 모실 수 있다면 그게 유해발굴 사업의 목적이라 생각합니다.”

김 담당관은 국유단 일원으로서 오늘도 단 한 분의 호국용사를 모신다는 생각으로 맡은 임무를 다하겠다는 말도 전했다.

문화재 발굴 기법으로 “제 가족 찾는 것처럼”

류수은 발굴과 팀장


“유해가 노출되면 작은 관에 안치하고 태극기로 감싼 후 병력을 세워놓고 현장에서 ‘약식 제례’를 지냅니다.”

국유단 발굴과에서는 유해발굴 과정상 호국용사들의 유해와 처음 마주하게 된다. 발굴팀은 8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발굴 지역이 선정되면 해당 지역에 있는 사단에서 기초발굴병 100명을 지원받아 본격적인 발굴 작업을 진행한다.

유해를 발굴하면 보통 주변을 파내고, 유해에 쌓인 흙은 문화재 발굴 기법인 붓질로 처리한다. 그리고 흙을 제거한 모습 그대로 실측도, 영상, 사진 촬영을 한 뒤 유품을 회수하고 작은 관에 안치 후 약식 노제를 지낸다. 발굴과 류수은 팀장은 “70여 년 동안 이름 모를 산에 외롭게 계시다 발견된 호국용사께 후배로서, 후손으로서 모시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유해발굴 현장.
인터뷰 내내 ‘후배의 도리’라는 말을 가장 많이 꺼낸 류 팀장에게는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주인공은 6·25전쟁 때 7사단 3연대 수색중대 부소대장으로 참전한 고(故) 서정열 중사다. 류 팀장은 2014년 9월 초 강원도 평창 백석산 발굴을 마치고 어둑한 시간 퇴근길에 올랐다.

버스가 끊긴 시간인데도 어르신 한 분이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고, 그 모습을 본 류 팀장은 차를 세웠다. 그리고 양구 시내까지 어르신을 모셔다드리면서 듣게 된 사연은 이랬다.

“제가 6·25전쟁 때 여기 백석산에서 7사단 3연대 수색중대 부소대장으로 전투했어요. 그때 부하 7명을 데리고 작전 중이었는데 적군 매복에 걸려 부하 3명을 내 품에서 잃었지요. 나 또한 폐 관통상을 당해 후송됐고요. 몇 년 전부터 부하들이 계속 꿈속에 나와 잠을 잘 수가 없어 매년 백석산을 찾아와 부하를 찾고 있어요.”

서정열 옹과 류 팀장은 이날의 연으로 4년간 꾸준히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그는 1년에 4차례 류 팀장이 진행한 발굴작전 현장을 직접 찾았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는데도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제사 음식을 마련해 오기도 했다.

발굴 장병의 안전한 발굴을 위해 매일 기도도 빠뜨리지 않았다. “후배 장병은 어르신의 폐 관통상 상처와 머리에 박힌 3개의 파편을 직접 보면서 어르신을 진정한 전쟁 영웅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반면 저에게 서정열 어르신은 초심을 잃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면서 유해발굴의 진정한 동료였습니다.” 하지만 부하들을 찾고 싶다는 서정열 옹의 간절한 꿈은 생전에 이루지 못했다.

“어르신은 2017년 5월 3일 동료들이 있는 대전현충원에서 영면하셨습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당시 희생당한 부하들을 찾아드리겠다는 어르신과의 약속을 또다시 다짐합니다.” 류 팀장은 “그분들의 후배로서 저 자신과 제 가족을 찾는다는 의지를 갖추고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보내드린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 적힌 유품 확인 “오열하던 아내에 먹먹”

임나혁 중앙감식소 반장


중앙감식소 임나혁 반장은 국유단에서 보기가 드문 여성이다. 2007년 국방부 본부에서 본격적인 유해발굴 사업을 위해 단을 창설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다. 대학에서 체질인류학을 전공했다는 임 반장은 첫 유해발굴은 교수님이 외주를 받아와 얼떨결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저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였습니다. 최전방 전사지역으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도 힘든데 더 문제는 화장실이었습니다. 심지어 전날부터 물을 전혀 안 마시며 버티기도 했습니다. 당시 20대의 철모르는 학생이라 그 상황이 너무 힘들고 싫었습니다.” 하지만 임 반장은 학교 성적, 취업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유해발굴 현장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임 반장의 생각이 바뀌게 된 건 유해발굴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행된 대구 다부동전투 시범발굴 때였다. 당시 발굴에서는 ‘최승갑’ 이름이 적힌 주황색 삼각자와 만년필, 호루라기 등이 50여 년 만에 발견됐다.

“병적 기록을 확인하고 유족을 찾으니, 벌써 75세가 된 아내와 헤어질 당시 갓 난 딸이 중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발굴단이 찾아갔을 때, 엊그제도 꿈속에서 남편을 봤다면서 ‘백골이라도 내가 봐야 한이 안 될 것 같다’라며 현장에 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발굴 현장까지 장교가 업고 올라갔는데, 오열하던 모습이 지금까지도 잊히질 않습니다.”

임 반장은 이날을 계기로 ‘누군가의 생을 마무리하는 데 내가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유해발굴에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인골을 본다는 자체가 스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전공을 살리는 데 자부심도 느낀다고 했다. 아울러 신원 확인이 되면 뿌듯하고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전했다.


참전용사 서정열 옹이 2017년 현장 방문한 모습|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국유단 소속으로 활동하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임 반장에게도 힘든 순간은 있다. “전사자들 연령을 추정해보면 13~18세 유해도 나오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 어린 유해를 보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임 반장은 아울러 유가족들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현충원 행사 때 찾아온 유가족을 보면 대부분 넉넉하지 않은 옷차림입니다. 그런 모습으로 ‘이제 와서 유해를 찾으면 뭐하냐’며 화내는 유가족을 봐도 가슴이 아프고, ‘꼭 좀 찾아달라’며 절절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을 봐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임 반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DNA 맞으면 현충원에 “국가 무한책임 져야”

남상호 유가족관리과 팀장


국유단 유가족찾기팀은 전사자의 본적지를 찾아 마을을 탐문하고, 유가족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전사자와 유족의 DNA가 일치하면 귀환 행사를 연다.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현충원에 모시고, 그전까지는 중앙감식소에 보관한다.

“우리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게 다 그분들 덕 아닌가요. 국가는 무한책임을 져야 합니다. 마지막 한 분을 모시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해요.” 국유단 유가족관리과의 남상호 팀장은 올해로 군 생활 31년째다. 1988년 육군3사관학교를 나와 전방 수색소대장을 마친 다음 주로 문서·병적 보관·분류·정리 업무를 맡았다. 덕분에 6·25전쟁 당시 주요 전투·전장을 꿰게 됐다. 그런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2년 소령 전역 이후 국유단에 합류했다.

남 팀장은 요즘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에 거는 기대가 크다. DMZ는 지난 65년 동안 발길이 닿지 못했던 곳이다. 남북 군사 당국은 2018년 9·19 합의를 통해 DMZ 안 화살머리고지를 시범적 공동유해발굴 지역으로 선정했다. 화살머리고지에 얽힌 역사, 예상되는 매장 유해 수, 상호 접근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약 1만 명의 한국군 유해가 DMZ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랜 시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기 때문에 보존 상태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기대가 큽니다. 지뢰 제거가 만만치 않겠지만요.” 남 팀장은 완전한 종전과 온전한 평화는 더 많은 실종자의 유해가 그리던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날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꽃다운 나이에 해보고 싶은 것도 다 못하고 하나뿐인 목숨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그분들을 어떤 식으로 보상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에게 평화를 돌려줘야 합니다. 그게 유해발굴의 뜻이 아닐까요.”


1만 1550위 발굴 신원 확인 132명
 
유해발굴은 2000년 6·25전쟁 50돌을 맞아 한시적으로 시작됐다. 좀 더 체계를 갖춰 2007년 국유단이 출범했다. 2019년 현재 국유단에서는 1만 1550위(아군 전사자 1만 221위)의 유해를 발굴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돼 가족 품으로 돌아간 경우는 132명, 전체의 1.3%에 그친다. 국군 전사자들의 경우 해방 이후 국가 체제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 의료 기록이 부실하고, 또 유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원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DNA 검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가족 DNA 시료 채취율도 26%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참여 방법은 가까운 보건소나 군 병원에 방문해 DNA 시료 채취에 응하면 되고, 자택방문 채취도 가능하다. 전화 문의는 1577­-5625(오!6·25)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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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남도방송(http://www.nb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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