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눈 앞 '관광지'로 만들수 없을까…전대미문의 'DMZ 포럼'
칠성소식

적의 눈 앞 '관광지'로 만들수 없을까…전대미문의 'DMZ 포럼'

 

강원도 화천 칠성전망대에서 촬영한 북한의 산하. /사진=김지훈 기자
강원도 화천 칠성전망대에서 촬영한 북한의 산하. /사진=김지훈 기자
"아군의 철책선을 화면에 담으면 안 됩니다. 북한군의 시설도 자세하게 포착하면 민감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봄이 왔지만 전선은 여전히 찬 공기에 휩싸였다. 꽃도 잘 보이지 않는 강원도 최전방을 지키는 군인들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시도와 지난해 파주 DMZ(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등 굵직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팽팽한 긴장과 함께 했다. 

화천 칠성전망대에서 만난 한 장교도 이 같은 군인이다. 북녘땅을 촬영하는 주의점을 설명하며 기자의 옆에 붙어 촬영 각도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했다. 건물에는 여기저기 촬영 금지 팻말도 붙어 있다. 

전망대의 3층에는 정북 방향으로 설치된 통유리들이 늘어서 있다. 적군이 점령한 산하가 한 눈에 보이는 북향 건물인 셈이다. 육군 제 7보병사단, '칠성부대'의 이름을 본뜬 이 전망대도 북한군과 가까운 거리에서 대치하는 DMZ에 있다.

이름 없는 고지들을 가로지르는 금성천 너머 북한군 경작지로 추정되는 영역이 보일 정도다. 장교는 "이곳에 있으면 이따금 북한 군인도 눈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29일 화천 칠성전망대에서 열린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29일 화천 칠성전망대에서 열린 '2016 DMZ 통일안보관광 활성화 워크숍'에서 개회사를 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고지와 수풀 어디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지 그 누구도 정확히 알 길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전쟁 당시 적과 아군의 피에 젖었던 전장이자 아직도 극한대치가 풀리지 않은 현장이다.

그런데 이 전망대가 관광을 화두로 한 전대 미문의 포럼장으로 변신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이 곳에서 개최한 2016 DMZ 통일안보관광 활성화 워크숍 얘기다. 강원도에서 강화도까지 248km, 총 2700억 평에 이르는 DMZ를 평화의 상징이자 관광지로 전환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다.

29일 '국민의례'와 함께 시작한 이 행사에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물론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 등 지자체 요인, 여행업계, 학계 등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DMZ에서 안보와 관광을 화두로 한 이 같은 대규모 워크숍이 열린 것은 처음이다.

행사는 한국관광공사, 학계 및 군 관계자 등의 '역발상'과 관계되어 있다. 한국전쟁 당시 격전의 현장이자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현장, DMZ 일부 시설을 문화·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해 대북 억지력을 키우겠다는 얘기다.

정 사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이 곳에서 포럼을 연 이유는 우리나라의 통일·안보에 대한 현실을 더 잘 인식하고 실제로 관광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그는 "최근 종영된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파주 캠프그리브스 등 DMZ 곳곳이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에릭 슈미트 규글 회장 등 외국 유명인사들의 방문이 잇따랐다. 리 총리는 지난해 고성 통일전망대를 방문한 경험을 페이스북에 공개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류길재 북한대학원 교수는 "비극적인 분단으로부터 그 이후 적대적인 대결이 일반에 친숙한 '스토리'지만 이제 그런 것들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쟁과 대결의 상징, 바로 이 진원지인 DMZ를 거꾸로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보 문제로 인해 들어오고 싶어도 자유롭게 들어올 수 없는 곳이며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지역도 있고, DMZ 바깥 지뢰 제거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최 지사는 DMZ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30%는 가보고 싶은 관광지를 DMZ로 뽑았다”면서도 “방문 48시간 전 미리 방문자 명단을 전달해야 하는 점이나 교통·숙박 인프라(기반시설)의 부족 등 문제는 숙제로 남아있다"고 봤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김창환 강원대 교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활용한 DMZ 관광상품 방안을 제시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국은 100여개국 선수단 6300여명과 그 가족들을 위한 관광 상품이 DMZ에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강원도 화천 칠성전망대에서 29일 열린 2016 DMZ 통일안보관광 워크숍. /사진제공=강원랜드
강원도 화천 칠성전망대에서 29일 열린 2016 DMZ 통일안보관광 워크숍. /사진제공=강원랜드
김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유엔 참전국인 미국·캐나다·네덜란드·터키 등 관광객에게 한국전쟁에 참전한 선조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서 DMZ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부?군?지자체의 열띤 토론의 시간도 마련됐다. 정하용 서울시티투어 부사장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문제점을 꼬집었다.

정 부사장은 "약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결하는 상황에서 DMZ 접경지역 관광활성화에 정부, 중앙부처가 얼마나 신경을 쓸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DMZ 관광과 관련해 중앙정부 어디에든 전담조직이 없는데 군, 공사, 민?관?군 협의체가 접경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화천 칠성전망대. /사진=김지훈 기자
강원도 화천 칠성전망대. /사진=김지훈 기자
원홍규 육군본부 감찰실장은 “DMZ 일대 GOP(일반전초)에 13개 전망대가 있고, 이 장소에 연간 200만명이 다녀가고 있다”며 “이런 자원이 활성화되고 교육의 장소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원 실장은 7사단장을 지낸 2013년 칠성전망대를 2층에서 3층으로 높이고, 연면적도 확대시킨 장본인이다. 

다만 군 내부에선 염려의 시선도 있다. 한 군 관계자는 "전방 '작전 부대'들이 단체 관람객 맞이에 동원된다면 본연의 임무와 거리가 먼 일들에 점점 힘을 쏟게 되는 셈"이라며 "장병들도 자연 본연의 임무와 관계되지 않은 일들로 애로를 겪게 된다"고 우려했다. 

칠성부대 위수지역의 아군 경계초소(GP)는 적 GP와 불과 902m 거리로 떨어져 있다. 칠성부대 소속 한 간부는 "전력 질주해 5분 정도면 적이 닿을 거리"라고 설명했다. 

전망대 한 켠에서 한 관광사 임원의 하소연도 들린다. 신원확인 등 까다로운 입장 절차가 관광객 인솔에 어려움을 빚는다는 것. 장교는 그러나 "다른 관광지와 달리 완전히 개방되기 힘든 지역"이라며 "우발적 상황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사장은 총평에서 "DMZ 내부 최전선 부대라도 관광지를 만들어야 한다면 이에 맞춰 군도 현대화·전력화를 시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사·지자체 등이 풀어 나가야 할 숙제들이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이 긴장된 국면에서도 증가하는 등 대한민국은 '안전하다'는 인식은 공유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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